너를 찾아 헤매는 꿈

by 쌀알

어릴 적부터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을 꿈꿨다.

우리 집에서는 강아지를 키울 여건이 안 됐기 때문에 할머니댁의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 짧지만 강아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시간이 지나 나는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어른.


하지만 그저 그런 보통의 어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을 보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벅찬 날들이 많았다.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그런 존재가 하나 더 생기는 건데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누군가를 마지막까지 온전히 책임지는 것.

어른이 되어서 조차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강아지를 만났다. 어딘가 다른 강아지들과는 달랐다.

그 특별함은 나와 닮은 존재에 대한 연민과 설렘이었다.

한눈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순해 보이는데 눈빛에 고집이 있어.

다른 강아지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게 종잡을 수 없어서 너무 귀여워'


우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고 있었다. 인터넷, 티브이에선 감염자, 사망자 수와 무시무시한 증상등이 하루도 빠짐없이 나왔다. 다른 감염병 같이 금방 유행이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는 몇 년이나 지속되었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우리의 일상, 세상의 여러 가지를 바꿔놨다.


나는 집이 아닌 곳. 특히 실내에 있는 것이 무서웠다.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고 뭐든 것을 집 안에서 해결했고, 홀로 외롭게 시간을 보냈다.

완전 집순이체질인 나도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같이 있으면 집에서도 심심함을 느낄 새가 없었고, 외롭지 않았다.


처음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강아지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봤지만 지금 상황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닌 경우도 많았고, 여러 상황에 대한 경험치가 없다 보니 융통성 있게 행동할 수도 없었다.

무엇이 정답인지, 나의 강아지의 니즈인지 잘 몰랐다.

그럴 때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내 눈앞의 귀여운 강아지가 되고 싶었다.

내 강아지가 돼서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어떤 것을 원하는 건지 이해하고 싶었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재택근무 중이기 때문에 거의 24시간 함께이다.

강아지만 두고 외출하는 경우는 편의점, 마트정도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1~2시간 이내로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 날도 있다. 물론 외출하기 전에 산책을 충분히 해서 잘 잘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강아지 미용 가는 날은 보호자가 당당하게 외출할 수 있는 날이다.

나에게는 두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있다. 강아지 동반이 안되지만 가보고 싶었던 음식점도 가고 카페에도 간다. 그리고 빠르게 쇼핑도 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두 시간 반이면 웨이팅 없이 많이 이동하지 않는 동선으로 짜서 밥 빨리 먹고

카페도 가고 해야 되는데... 조급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우리의 사이가 더 깊어질수록 빨리 내 품에 안기고 싶어 발버둥 치는 모습을 얼른 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 품에 내 사랑을 안고 싶어서 일찍 동물병원에 도착한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행복해진다. 이 존재가 나에게 주는 사랑에...


내가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산책이다.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지라 감기와 설사가 잦았고 다른 강아지들보다 접종이 늦게 끝났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강아지 슬링백에 넣어서 하루에 두 번 코산책을 다녔다.

겨울이라 옷을 입혔는데 몸이 작아서 옷이 너무 컸다. 그래도 혹여나 춥진 않을까 슬링백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발맞추어 걷지 않아도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접종이 다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책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산책의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평일에는 적어도 하루에 두 시간은 같이 걸었다.

주말에는 시간의 제한이 없었다. 둘이 같이라면 10킬로도 걸었다. 나 혼자라면 절대 걷지 않을 거리였다.

그리고 나 혼자라면 느끼지 못했을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건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매일매일이 다른 날씨, 하늘, 계절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매 순간을, 계절을 느끼며 자연 속에 건강히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된다. 강아지와 함께 무탈하게 걸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나의 강아지는 장이 약하고 예민하다. 한 달에 한번 원인 모를 설사병이 걸려서 매달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게다가 입이 짧아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건강하고 맛있다고 하는 사료들을 찾아보고 사서 줘보고 다른 음식도 얹어서 줘봤지만 매달 하는 설사는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별로 효과가 없다고 했던 알레르기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거 말고는 다 해봤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비싼 돈을 내고 검사를 했다. 한 달을 기다려서 검사 결과가 왔는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과 성분이 얼마나 많은지... 게다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항상 간식으로 주던 재료들이었다.


그때부터 화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먹을 수 있는 재료, 살 수 있는 재료들을 사서 조리법을 바꿔가며 만들어주고 있다.

그리고 나선 조금은 건강해졌다. 빨간 입술도 없어졌다.

사람이든 강아지든 장이 건강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던데...

살아 있는 동안에 더 건강할 수 있게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내가 가진 시간과 돈, 체력을 강아지를 위해 쓴다.

마트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회나 초밥은 주저하며 다시 내려놓지만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재료나 좋아하는 간식들은 주저하지 않고 산다.

아무리 날씨가 덥고 추울 때도 강아지의 배변활동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기꺼이 옷을 갈아입고

산책 갈 준비를 한다.

계절 상관없이 강아지가 걷기 싫어할 때면 기꺼이 10킬로 강아지를 안아 집까지 걸어온다.


나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다.

재밌고 놀고 곤히 자는 강아지의 얼굴을 보면서, 맛있게 밥을 먹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의지하는 강아지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이런 거겠구나. 새삼 엄마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느낀다.


강아지 엄마로서 자식에게 어떠한 이유로 인해 상황이 바꿔서 강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게 되면 강아지가 너무 슬퍼하지 않을까. 그땐 어떻게 해야 하나 막연히 걱정이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뭐라도 주고 싶은데 못주게 되면 엄마의 사랑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할까.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그 남은 시간까지도 강아지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너 없이 살아가는 시간은 의미가 없으니까.


최근에는 강아지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곤 한다.

내가 강아지를 회사에 데려갔다가 잃어버리는 꿈, 남자친구에게 강아지를 맡겼다가 잃어버리는 꿈.

상황은 다양하지만 목줄을 채우지 않았다거나 잘 케어하지 못해 잃어버린다.

강아지를 찾아 헤매지만 잔인하게도 꿈속에서 강아지와 다시 만난 밤은 없었다.

항상 찾다가 끝이 난다.

그럴 때면 챗지피티에게 꿈해몽을 부탁한다.

잃어버리는 예지몽이 아니라는 확답을 듣고 싶어서.

네가 강아지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무의식적으로도 강하게 나타나는 것

이라고 한다.


맞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의 강아지를 지켜주지 못해서 다시는 영영 만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가득하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나의 무의식 속에 그런 불안이 가득해서 꿈속에서 까지도 강아지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사랑이란 그런 존재이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때문에 한순간이라도 손에서 놓칠까 봐 불안하고 두려운 존재. 그런 감정이 이따금씩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불안함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 꿈속에서 조차 그 불안함과 사랑에 잠식되는 것. 그런 존재가 있어서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가 되고 힘이 되고 그 존재 때문에 힘에 부치는 날이 있어도 문득 얼굴을 마주하면 다시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만드는 것.


나의 사랑하는 강아지.

현실세계 속에서는 너를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가 꼭 널 찾으러 갈게.

다시 만날 날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