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순간이 늘 망설여진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 mbti가 유행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네 글자만으로도 나를 설명할 수 있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일상에서 실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그럼에도 MBTI를 통해 우리의 차이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시간을 들여 테스트를 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성격검사 테스트가 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mbti를 알고 있고
상대방의 mbti를 물어보고 한다.
MBTI가 알려지기 시작하기 전엔 혈액형 별 성격이 인기였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걸 대놓고 표현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 아시아의 사회풍토 속에서
mbti나 혈액형은 좋은 수단이다.
무엇보다 4가지로 정의되는 혈액형보다는 세분화되어 있어서 나의 특징을 더 잘 알아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의심 없이 결과를 믿게 되고 그 mbti는 내가 된다.
처음 mbti테스트의 결과를 보고 나에 대해 신통방통하게 잘 맞추는 점을 본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몰랐던 나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정리된 글로 읽으니 나의 모난 점 까지도 이해해 주고
응원해 주고 싶어졌다.
다른 MBTI들의 성격을 찾아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테스트를 권했다.
그 사람들의 평소의 행동패턴이나 말투를 떠올리면서 그 사람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것들을 선호하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상대방에게 물어보고 대화로써 알아가는 방법도 정확하지만
나처럼 나를 잘 모르는 사람, 나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서는 사람들에게는 mbti도 좋은 방법이다.
이 테스트를 맹신하고 대화나 이해 없이 그 사람을 틀 안에 가둬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다르기 때문에 더 이해하고 싶은 그 사람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다.
물론 mbti가 같다고 해서 모든 게 다 같을 수 없다. 내가 아닌 타인이기 때문에.
가족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행동과 언행이 아무런 설명 없이
당연히 이해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 mbti는 한국만큼 선풍적인 인기는 아니다.
-pop아이돌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즐기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MBTI가 한국에서 유행할 때쯤 나는 우리 부서에 들어온 신입사원, 파견사원들을
교육을 시키는 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서툰 사람이고 더욱이 내가 먼저 친근하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리드해 나가는 것은 영 소질이 없다.
물어보는 질문에는 자세히 답해주고 알려줄 자신은 있지만
당시의 상사는 내가 먼저 후배에게 다가가 물어보고 내가 빈틈을 보여주면
신입사원들도 스스럼없이 질문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분이었다.
내 나름 마음을 써서 다가가 말을 걸어도 생각하던 반응이 아닌 사람들도 많았고,
내가 항상 빈틈만을 보이길 바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디서나 끼인 사람이 힘든 법이긴 하지만, 그런 상사와 후배들 사이에서 끼인 세대인 나는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라도 입으려고 오랫동안 발버둥을 쳤다.
그 결과 나는 사람과 대면하는 것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든 생각은 팀원들의 성향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내가 덜 상처 받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들의 표현 방식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의 충돌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MBTI나 혈액형 같은 검사는
어쩌면 관계가 서툰 사람들을 위한 작은 참고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알고 싶지만 먼저 다가가는 게 서툰 사람들을 위한 장치.
전 세계사람들을 열여섯 가지로 나눌 수는 없지만 그 네글자가 있어서 좋다.
사람 사귀는 것, 관계 맺는 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중에 하나인 쫄보로써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