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
같이 있는 순간은 즐겁지만, 돌아오면 곱절로 피곤해진다.
그로 인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누군가와의 첫 만남.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까.
어떤 톤으로 다가가야 할까.
머릿속이 분주하다.
얼굴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내느라 생각보다 몸은 바쁘다.
인사를 하고 나면,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느라 두 눈과 머릿속은 더 바삐 움직인다.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다른 신호를 읽어내느라, 이미 조금 지쳐 있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말을 주로 듣는 역할이 된다.
말을 잘 듣고 있다는 적절한 호응과 웃어야 할 때 맞춰서 웃어주고,
같이 욕해줘야 할 타이밍에 당사자보다 더 분노한다.
내가 너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고,
너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물론 인간관계라는 것이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쌓아가는 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인간관계에 유독 약한 나에게는 상대방이 신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호응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피곤함이 몰려온다.
'아까 했던 호응은 별로였나 생각하다 보면 표정이 별로네.'
다음 리액션을 생각하게 되고, 대화 그 자체를 즐길 수 없어진다.
얼굴근육이 점점 굳어간다.
하지만 집에 갈 때까지 억지미소 가면을 쓴 것을 들키지 말아야지.
대화주제가 무거운 내용이라면 다른 의미로 힘들어진다.
그 무거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나를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한껏 그 이야기에 취한다.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에겐 어떤 이야기를 해줬어야 했나.
이제는 괜찮을까.
다시 그 이야기를 꼽씹어 생각하게 된다.
얼굴 근육이 아니라 마음 근육이 굳어져 더 큰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
젊을 때는 같이 있는 것에 대한 피로를 몰랐고 모르는 척 넘어갔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곁에 있던 사람들도 떠나가고 나면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가.
그것이 정말 즐거워서 시간과 체력을 쓰는 건가.
시간과 체력보다 대화의 즐거움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기꺼이
같이 있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나를 잘 알게 된 나는
당장의 즐거움보단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이제는 안다.
같이 있어서 좋은 관계는 잠시 떨어져 있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