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by 쌀알

“출근하면 알 수 있지 않나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더 말문이 막혔다.
무엇을, 어디까지, 어떻게 알아야 한다는 걸까.


4월부터 인사이동이 결정되었다.
나에게는 새롭지 않은, 그러나 이름만 바뀐 팀.
입사 후 5~6년을 보냈던 그곳은 내가 없는 사이에 사람들이 바뀌었고,
나는 그 시간에서 비켜나 있었다.


인사이동을 앞두고 면담을 했다.
나는 사람을 대면하는 일에서 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부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그 부담을 이해하려는 질문이 아니었다.

“출근하면 알 수 있지 않나요?”

얼굴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 사람의 상태쯤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는 뜻이었다.


표정을 본다고 해서 마음까지 읽을 수 있는 건 아닌데,
그 말은 마치 그게 가능한 일처럼 들렸다.


그 부서에서 나는 꽤 많은 일을 겪었다.
하지만 그 일을 누군가에게 자세히 말해본 적은 없다.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었고,
나 역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그 안에서 조용히 곪아갔다.


그리고 3~4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새로운 사람들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더 힘든 건,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다시 마주하는 일이다.
그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건넬 때,
나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말한다.
대화를 해보면 나아질 거라고.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혹은, 애초에 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보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이해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믿음은
이해가 아니라, 책임을 미루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말하기로 했다.


보이면 알 거라는 기대 대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로.


그리고,
그 당연한 사실조차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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