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 서는 것

사과의 목적

by 박규영

판정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전에도 썼듯이 기술의 발전으로도 불완전한 요소•판단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은 필요하지만 마냥 판정을 욕할 순 없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합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2020년 K리그 내에서도 판정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심판위원회의 몇 가지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담당 경기에 대한 자기 평가 보고서 작성과 브리핑 활성화 등이 그것입니다.


일련의 개혁안을 통해, 특히 브리핑 활성화는 구단과 팬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경기장 안에서 ‘갑’의 권리를 가지고 판정을 행하는만큼 제 판단에 대한 정당성, 혹은 최소한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심판위의 개혁안의 최종적인 목적이 ‘소통’이라고 생각한 것은 제 착오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브리핑 결과는 일반 팬들이 접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거의 모든 브리핑을 직접 찾아보지 않는 한 기사를 통해 접하는데, 파장이 되지 않는다면 브리핑 내용의 기사화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내용을 대중들이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에 따라 기사를 내는 것도 싶지 않은 선택이기에 비롯된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만 누군가는 판단에 대한 결과물과 브리핑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논란이 없는 경기부터 사사로운 판단 결과까지 쌓아올려야 공정성이 실현될 수 있고, 또 그것이 한 심판의 평가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판정에 대한 논란이 특히 불거진 박지수 선수의 퇴장건에 대해 수원 FC 서포터즈 측의 요구 중 하나는 “공식적인 사과”였습니다. 이는 일종의 소통에 대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위원회 측은 답변만을 내놓았습니다. 오심이 추후에 번복되는 일은 매우 바른 방향이지만, 소통이 빠져있었기에 아쉬운 일입니다.


사과와 같은 어떠한 코멘트를 남기지 않는 것이 오랜 관행이자 심판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 집단의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고요. 사과를 감정적인 사견으로 여겨 권위가 실추되고, 그로써 비롯되는 각종 조롱과 비판을 두려워한다면 이는 굉장한 착오입니다. 이제 팬들은 소리낼 줄 알고, 정당한 방식으로 요구할 줄 아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오히려 묵묵부답의 스탠스가 해 집단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입니다. 정말로 사과를 인정했을 때, 생기는 비판이 무서워서라면 역설적으로 자신의 오심을 인정하게되는 셈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축구협회가 주창하는 리스펙트는 당연히 심판에게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들의 목소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선수와 감독이 팬들의 목소리에 답하기 시작한 것도, 특히 예민한 부분에 대해 용기있게 사과하게 된 것도 얼마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솔직한 인정과 사과는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심에서 비롯될 수 있는 비판이 무서워 피하기만 한다면 존중을 기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OSEN)


팬들은 정당한 판정을 원하는 것만큼이나 솔직한 대화를 원합니다. 판정에 대한 논란은 언제나 그렇듯 나올 것입니다. 그럴때마다 리그를 구성하는 팬들의 소리를 회피한다면 심판들에 대한 존중은 계속 결여될 것입니다. 하지만 용기있는 목소리를 낸다면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할 것입니다. 설령 어떤 판정과 의견이 완전성을 띨 순 없을지라도 가야 할 방향입니다. 모두를 설득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존중은 배당받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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