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선샤인,'유진 초이'에대한 놀라운 통찰

김은숙 작가의 섬세한 통찰력이 만든 민국인

by 박규영

일제에 맞서 독립을 이루고자 하는 작품을 이루는 핵심은 영웅 모티프다. 비범한 인물의 생애사적 주기에 맞추거나 혹은 더 의미 있는 서사를 더해 감동을 주고자 한다. 하지만 독립영웅이라는 평면적 캐릭터가 돋보이기 위해선 그 순간, 필연적으로 진부한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은 그냥의 놀라운 통찰력에 더해 진부할 스토리를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극복해낸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던 것이다. 상상력을 더한다면 시대적 상황을 읽을 줄 알고, 개화한 신여성 ‘고애신’을 그려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드라마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고전문학이나 연극을 통해선 접할 수 있는 소재다. 독립이라는 세계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평등과 자유•개화한 인간성에 대해 고뇌하는 개인의 문제를 한 여성이 풀어나가는 순간, 작품의 주인공은 입체적 요소를 충족하게 된다. 물론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도 비범한 지덕체를 갖춘 여성으로 그녀의 이야기만으로도 드라마는 충분히 흥미롭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더 놀라운 통찰은 아메리카의 장교 ‘유진 초이’의 생애에 가까이 있다. 조선의 노비 집안에서 태어나 도망간 곳은 무려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대륙. 그곳에서 이름을 얻고, 군인이 되어 방문한 조선은 애증의 공간이다. 부모의 국가이자 자신을 버린, 아니 자신이 떠난 조선을 결국 돕는다.


미국인의 이름으로 관계의 우위를 가지며 상황을 주도해 나가는 모습은 어쩌면 영웅 모티프에 가깝지만 인물의 입체성을 통해 스토리를 흥미롭게 이끌어간다. 비록, 고애신과의 러브 스토리는 뻔하지만 일제를 적으로 돌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장치이다. 이렇듯 유진 초이가 서사 과잉 없이, 거부감 없이 작 중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김은숙 작가의 섬세한 통찰력을 통해서였다. 첫 화에서부터 유진 초이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는 과정을 흔치 않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려냈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유진 초이가 미국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인종차별이 당연시됐던 당시의 미국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흑인 군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통해 그 괴리감은 사라지고 단번에 이해가 가능해진다.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죽는 것보다 못한 환경에 살던 유진에게 필요했던 것은 사람답게 사는 것이고, 유색 인종의 군인은 그에게 인간다운 삶을 제시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당시 미국에 유색 인종이 군인이 가능했는지의 여부는 차치하고, 유진의 인간다운 삶과 계기를 흑인 군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맺은 것은 놀라운 통찰이다.

(출처: tvN '미스터 선샤인' 中)


츤데레 구동매와 능글맞지만 그 뒤에 조국을 업었던 김희성도 이색적인 캐릭터이지만 첫 화에서 흑인 군인을 보며 결심을 맺은 유진이 주는 그 강렬함을 이기지 못한다. 시작부터 유진 초이에 사로잡히니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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