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gs칼텍스 우승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의 환희와 눈물은 시청자로 하여금 꽤 많은 감동을 제공해준다. GS와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의 결말도 그랬다. 분위기를 탄 GS의 3전 전승 우승도, 최초의 트레블 기록도 그녀들이 결실을 잘 맺었음을 증명한 척도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물과 환희를 더더욱 잘 대변해주는 것은 우승과 연관된 기록보다 그녀들이 만든 좋은 분위기에 있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듯, 이재형 캐스터의 코멘트는 인상 깊다. “캡틴 이소영, 강심장 강소휘, 돌아이몽 안혜진, 성실의 아이콘 러츠, 눈물 유리, 에너지 권민지 등” 로스터에 포함된 모든 선수들을 별명과 함께 불러줬다. 마치 모든 선수가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팀에 공헌했단 사실을 부각하는 것 같았다.
매 경기를 챙겨보지도 않고, ‘배알못’인 나에게 이 팀의 전술 따위는 알리가 없지만 대강의 보는 눈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들의 팀 분위기에 있다. 축구와 다른 매력을 가진 배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긴 랠리에서 오는 긴장감과 몸을 날려 볼을 살려내는 역동성 등에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재미를 더욱 부각하는 요소는 경기장 안팎에서의 그녀들의 이야기다.
유독 GS 칼텍스에게 정이 가는 것도 이 부분에서 좋은 팀 분위기를 콘텐츠와 각종 이야기에 있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의해 GS 칼텍스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차상현 감독과 허울 없이 지내는 선수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첫 감동 포인트다. 권위를 세우지 않는 감독, 그럼에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5년 간의 성적. 덧붙여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차 감독의 조금은 바보(?) 같은 모습은, 팀의 수장부터 부조리한 상황을 만들지 않음으로써 선수들의 분위기를 부드러운 방법을 통해 잡는 듯하다.
두 번째는 김유리 선수의 눈물이다. 언젠가 김유리 선수가 커리어 첫 수훈 선수가 되어 인터뷰를 가졌을 때, 눈물을 흘린 것이 화제가 됐다. 그리고 영상 댓글 등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그 뒷 이야기, 데뷔 2년 만에 은퇴를 하고, 알바 및 실업팀을 전전하는 등 그녀의 인생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감에 따른 눈물이었던 것이다.
비록 실력으로써 팀에 헌신하지 못할 때라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맏언니의 모습은 눈물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인터뷰 순간, 동료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함께 웃고, 우는 광경은 누군가 내세운 ‘원팀’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세 번째 장면은 ‘소영선배’ 이소영 주장의 눈물이다. 힘든 경기를 말 그대로 ‘캐리’했던 이소영 선수는 경기 종료 직후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에서 자신이 더 잘했어야 했다는,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경기력과는 상반된 의미의 눈물이었다. 가장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했어야 했다는 뜻인데, 진심이 아닐지라도 부진했던 동료 선수들을 탓하지 않는 주장의 품격을 엿볼 수 있겠다.
이외에도 우승 레이스 동안 GS 칼텍스가 남긴 의미 있는 족적과 서사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 비주전 선수들의 워밍업존에서의 응원, 각자 개성이 담긴 별명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구축하는 데 일조했으니 그녀들이 만든 감동 포인트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결국 이렇게 누적된 훈훈한 감정들이 경기력을 통해서 발현되고, 통합 우승과 최초의 트레블이란 대업을 달성했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흥국생명은 두 자매 선수의 물의로 인한 질적•심상적 손실을 극복하지 못했고, 차근차근 쌓아 올린 GS의 족적이 결실을 맺음으로써 사필귀정의 진리를 증명해냈다. ‘배알못’인 본인 조차 이렇게 많은 스토리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GS 칼텍스가 매력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올바른 과정을 통해 결과까지 얻는 광경을 보니 훈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