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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실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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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Oct 01. 2021

삼실 우화 여섯 - 몽블랑 대화


명함지갑 : 샤프야 정말 웃기지 않냐?


샤프 : 내 말이 그 말이야

 

명 : 아니 책상에 너랑 나 그리고 저 수첩 올려놓고

     '난 다 몽블랑이야!'라고 시위하는 거야? 뭐야?

 

샤 : 넌 그래도 네 안에 있는 명함이라도 꺼내야

       하니까 올려놓는 거지 나는 한 번도 잡지   

       않았어

 

명 : 순전히 과시용으로 들고 온 거잖아 안 그래?

 

샤 : 그런데 저쪽도 다 몽블랑이네

 

명 : 그래 맞아

      쟤는 만년필인데 뚜껑 한번 안 열고 있어

 

샤 : 커피만 마시면서 떠들고 일은 하나도 안 해

 

명 : 몽블랑 쓰면 지들이 몽블랑인 줄 아나 봐

      푸짐한 아저씨들끼리 육갑이야 진짜  

 

샤 : 난 말이야 샤프만 몽블랑이지

       내 안에 샤프심은 다이소에서 온 친구야

 

명 : 헉! ㅋㅋㅋ

       사실 나도 그래 내 안에 있는 명함들 보면

       OO 단란주점   OOO 상무, □□ 헤어숍   

       □□□ 실장, △△ 커피숍 쿠폰

       다 이런 거야

 

샤 : 진짜 돈으로 살 수 있으니

       개나 소나 사서 들고 다녀 정말

 

명 : 야! 야! 마치나 보다 일어선다 일어서

 

샤 : 그래 그래 이따 또 얘기하자

 

푸짐한 아저씨 1 : 오늘 정말 유익한 미팅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고 발전방향 상의드리겠습니다.


푸짐한 아저씨 2 : 아유 저야 말로 반가웠습니다.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주시고 다음에 제가 넘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푸짐이들은 아무 성과도 없는 미팅을 마치며 다음이 있을지도 모르는 만남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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