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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실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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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Sep 10. 2021

삼실 우화 다섯 - 이빨이 간지러운 호치키스

난 한국이름이 없다.

영어이름만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스태플러이고 하나는 호치키스이다.

 

다들 호치께쓰라며 일본어인줄 아는데

그게 아니고 벤자민 버클리 호치키스에서 비롯된 호치키스이다.

이 양반은 미국 공학자로 총기 제작사에서 기관총을 만든 사람이다.

 

난 윗니와 아래턱을 사용하는데

코브라가 윗니 이빨사이에서 독을 내뿜듯이

윗턱에서 철심 이빨이 나오면 그걸 두터운 아래턱이 받아 철심 이빨을 구부리는

신기한 아구 덕에 살아가고 있다.

 

내 머리를 반클릭을 하면 화를 돋구어 이빨이

반짝하고 드러나게 되는데 이때가 제일 위험할 때다.


 

그런 내가 이성을 잃으면 이빨을 길게 내밀어 상대방의 피부를  뚫다시 아래 턱으로

오므리고 나면 내 이빨은 피부를 움켜쥔채 절대 떨어지지 않게 된다.

 

주로 A4 라는 아이들이 나를 드라큘라라고 생각하고 무서워 하는데 A4만큼 만만한

애들도 없다.

 

A4는 맥아리가 없어 절대 혼자 설수 없다.

그래서 항상 누워 있고 그렇게 누운데 위에 또 눕고 누워서 뚱뚱하게 된 다음에야 더는 못 버티겠다고 하는게 500장이다.


 

그렇게 연약하고 또 하얗고 매끄러운 A4의 목덜미는 내 이빨이 들어가기에 딱인데 뚫고 들어가는 쾌감은  A4 열장에서 스무장 내외가 가장 좋다.


너무 얇으면 이빨에 끼는 것도 없이 바로 오므려야 해서 싱겁고 너무 두꺼우면 이빨이 잘 안들어가는데다 오므리지도 못해서이다.


암튼 맥없는 A4들은 내 이빨로 꽉 물어줘야지 흩어지지 않고 지낸다.

 

가끔가다 스태플러 리무버라는 애가 와서 내 이빨을 강제로 벌리고 A4 들을 풀어주는 날이 있는데 내 이빨은 온데간데 없이 날라가버리고

A4들은 마치 자유 몸이라도 된양 이리저리 흩어지려하지만 자유가 되긴 커녕 대개는

파쇄기로 말려들어가 산산히 갈려지고 만다.


 

다시 내 얘기로 돌아와서

나도 아무한테나 이렇게 입을 벌리고 물어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

 

나로 인해 묶여있고

나로 인해 아파하고

때론 뚫데 다시 또 뚫려서

목덜미가 너덜너덜해진 A4는 다시 이빨을 드러내는 날 보고 진저리를 치는데

나도 그런 삶이 싫다는 말이다.

 

그런 내 바램이 통하기라도 한건지

예전에는 내 이빨이 필요한 곳이 많았는데

요새는 문서제로화니 뭐니 하면서 내 이빨이 예전만큼 안쓰여 할일이 없어 근질근질 하던 차에

빈 이빨이나 몇개 툭툭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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