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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난 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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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던컨 Nov 11. 2021

음료수라도 하나 하세요

발화점을 찾느라 현장감식 중인 장면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에서 일어난 불이 이 지경으로 번질때 까지 뭘 했냐는 책망을 담아 집사람에게 말을 졌는데 본인도 외출한지 30분만에 전화받고 달려 곰탕은 끓이지도 않았다는 설명 께였다.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불정리를 마친 소방관들이 검정 그을음을 한가득 뒤집어 쓴 채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고 몇 분 남아어디서 어떻게 발화가 된건지 현장감식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내 몸 안 친절세포는 스멀스멀 일어나

집 앞 편의점 가서 남아있는 소방관분들에게 드릴 음료수를 사가지고 오니 어느정도 확인이 되었다며 들어와보라고 한다.


일단 음료수부터 드시라며 사가지고 온 음료를 한 분 한 분께 권했는데 소방관화재 피해로 절망에 빠진 피해자로부터 어한 편의받지 않는게 원칙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집이 불에 타 졸지에 화재 피해자가 된 내 처지도 모르고 마치 가전제품 수리하러 오신 아저씨께 수고하셨다며 음료수 권듯이 행동한 내가 오지랖을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런 나를 어이없어 하며 쳐다보는 집사람 표정 속에

'이 와중에 그러고 싶냐?'라 하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니   시 반 인데 동굴 안 처럼 캄캄해서 손전등으로 비추며 발 한발 발걸음을 떼야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까지만 해도 네식구가 살며 훈훈했던 집은 시커먼 화마가 미처 다 놀지 못해서 분한 듯 씩거리며 유독가스를 내뿜고 있었

대리석 무늬 장판은 다 타서 시멘트 속살을 드러냈고 그 위로 타다만 낯익은 물건들이 소화수와 엉겨 잿더미 루고 있었다.


3화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댁에 불이 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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