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점을 찾느라 현장감식 중인 장면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거야?"
솥에서 일어난 불이 이 지경으로 번질때 까지 뭘 했냐는 책망을 담아 집사람에게 말을 던졌는데 본인도 외출한지 30분만에 전화받고 달려왔고 곰탕은 끓이지도 않았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그럼 도대체 뭐 때문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잔불정리를 마친 소방관들이 검정 그을음을 한가득 뒤집어 쓴 채 하나 둘 철수하기 시작했고 몇 분은 남아서 어디서 어떻게 발화가 된건지 현장감식 중이었다.
그 와중에 내 몸 안 친절세포는 스멀스멀 일어나
집 앞 편의점에 가서 남아있는 소방관분들에게 드릴 음료수를 사가지고 오니 어느정도 확인이 되었다며 들어와보라고 한다.
일단 음료수부터 드시라며 사가지고 온 음료를 한 분 한 분께 권했는데 소방관은 화재 피해로 절망에 빠진 피해자로부터 어떠한 편의도 받지 않는게 원칙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집이 불에 타 졸지에 화재 피해자가 된 내 처지도 모르고 마치 가전제품 수리하러 오신 아저씨께 수고하셨다며 음료수 권하듯이 행동한 내가 오지랖을 떤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런 나를 어이없어 하며 쳐다보는 집사람 표정 속에는
'이 와중에 그러고 싶냐?'라고 하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니 낮 한 시 반 인데도 동굴 안 처럼 캄캄해서 손전등으로 비추며 한발 한발 발걸음을 떼야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까지만 해도 네식구가 살며 훈훈했던 집은 시커먼 화마가 미처 다 놀지 못해서 분한 듯 씩씩거리며 유독가스를 내뿜고 있었으며
대리석 무늬 장판은 다 타서 시멘트 속살을 드러냈고 그 위로 타다만 낯익은 물건들이 소화수와 엉겨 잿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3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