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난 삼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던컨 Nov 29. 2021

네 식구가 원룸에 삽니다.

불이 난 그날 저녁으로 짬뽕을 먹었다.


"엄마 집에 일이 좀 생겼는데요"


짬뽕을 먹정신을 차린 다음 엄마에게 전화했다.


비좁은 처갓집에 두 어른과 우리 네 식구까지 여섯명이 지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근처에 엄마 혼자 지낼 공간을 마련하여 지내오던 원룸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리로 가기로 한 것이다.

 

엄마는 외손주 봐주고 있는 동생네에서 당분간 기거하기로 하고 우리는 집과 가까운 이 곳에서 수리가 마칠 때까지 지내기로 했다.


가끔 들러 엄마와 차 한잔 하거나 안부나 여쭙고 금방 나와서 그리 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네 식구가 들어선 원룸은 비좁았다.

 

싱글 침대가 한 개 뿐이라 네 식구 중 둘은 침대에서 둘은 바닥에서 자야만 했다.

보통 나와 둘째가 바닥에서 잤는데 낡은 아파트라 우풍이 심해  바닥에 누우면 바람을 그대로 안고 자는 듯 했다.


전기 난로 끼고 노는 아이들

 

옷장에서 입을만한 옷가지 몇 개 건져 근처 빨래방 에서 세탁 후 회사에 입고 갔는데 다들 내게서 탄 내가 난다며 화재 이재민을 짓궃게 놀렸다.


빨래방 아이들

 

그 와중에도 좋은 일이 있기 마련이라 둘째는 한글도 못떼고 들어간 초등학교에서 1년 내내 받아쓰기 0점~30점을 맴돌다가 단칸방에서

아빠랑 특훈을 마친 후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며 환희의 전화를 회사로 해왔다.

100점 받아쓰기와 치킨 두마리

100점 맞으면 치킨 사준다고 약속을 해왔던 터였고 마침  회사에서 미관말직이나마

한 자리 꿰차게 되어 온 가족은 단칸방에서

교촌치킨 두마리 플렉스로 축하파티를 하며 불 타버린 연말을 불 태웠다.



6화로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방관은 식스폐를 가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