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이들이 바라보는 부부싸움

by 던컨

얼마 전 집사람과 언쟁이 있었다.


내 생일날 뭘 바란 건 아니었지만 가족들은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늘 똑같은 하루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퇴근하고 다들 귀가하지 않아 나 혼자인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다가 뿌루퉁한 채 먼저 잠이 들었고 다음날 주말에만 만나는 엄마와 이번에는 생일을 겸한 점심이니 좀 특별한 걸 먹자 했는데 같이 갔던 둘째가 한우구이 점심 가격이 22만 원이었던 걸 아내에게 일러바치면서 시작되었다.


집사람은 무슨 점심을 셋이서 22만 원이나 나오게 쓰냐라는 게 공격 포인트였고 장난이지만 실제로 멱살을 잡으며 공격해왔다.


난 아무도 안 챙기는 내 생일을 겸해 엄마랑 좀 비싼 거 먹은 게 그렇게 아까운 건지, 효자 노릇하는 남편이 못마땅한 건지, 그리고 아무리 장난이자만 이게 멱살 잡힐 일인지 소리 높여 다퉜다.


그리고 서로 분이 풀리지 않아 집사람은 외출을 했고 난 침대에서 이불 싸매고 마저 못 본 넷플릭스로 하루를 보내던 때였다.


본인이 한 말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데 대해 마음이 쓰인 둘째가 방으로 와선 아빠에게 좀 일어나 앉아보라고 한다.


"아빠 난 그냥 점심값이 많이 나온 걸 얘기했는데

그걸로 엄마 아빠가 이렇게 싸우게 될 줄 몰랐어"

그렇게 운을 뗀 녀석은

"이런 일로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라며 결정타를 날렸다.


부모의 다툼은 아이에게 불안을 만든다고 알고 있었지만 열한 살 아이가 이 정도로 불안을 느끼는 줄은 몰랐다.

그도 그런 것이 내가 어릴 적에는 주변에 이혼가정 친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워도 냉랭하게 지내다 풀어지고 만다고 생각했는데 이혼이 흔해진 지금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싸움은 곧 이혼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우리 반 누구네 엄마 아빠는 이혼했대'

'3단지 누구네 집 엄마 아빠가 엄청 싸웠대'


이혼가정이 많고 빈번한 부부싸움을 목격하는 요새 아이들은 어린이날 선물, 생일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시험 잘 본 선물 등등 물질적으로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의지하고 위안을 느낄 수 있는 부모는 언제라도 갈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위태롭게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에게 이 정도 엄마 아빠 언쟁은 가볍게 풀어질 다툼이라고 생각하게끔 마음 근육을 키워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가벼운 언쟁도 조심 헤야겠다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날로 부부는 화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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