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지하에 가면 식당도 있고 건강검진센터도 있어서 하루 종일 굶어가며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을 마친 검진자들이 쓰라린 속을 달래며 식사를 하곤 한다.
많은 회사들에서 부부 동반으로 건강검진을 해주는 혜택을 제공해 주는지라 지하 식당에 가면 검진을 마친 부부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어제는 일이 있어서 1시 반쯤 늦은 시간에 점심을 혼자 먹었는데 그 큰 식당에 사람이 대여섯 명뿐이라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난 비빔밥을 시켜서 스윽스윽 비벼가며 먹고 있었는데 건강검진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부부가 들어오길래 눈길이 갔다.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부부였는데 부인은 지정된 식당을 찾아 식권을 내고 주문을 확인하면서 부산한 반면 남편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테이블 하나를 골라잡고 앉아 쟈켓을 벗고 긴 한숨을 내쉰다.
식권을 내고 남편이 자리한 테이블로 돌아온 부인과 남편은 서로 아무 말 없이 다른 곳을 한참 바라보다가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신호에 부인은 일어나 식판을 가지러 갔지만 남편은 어정쩡하게 일어서서 가는 건지 마는 건지 중간에 서 있다가
식판을 들고 오는 부인을 맞는다.
그렇게 중간에서 부인이 건네준 식판을 들고 자리로 와 먼저 앉고는 안쪽 깊숙이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양반 다리를 하며 자기 식판을 앞으로 끌어당겨 식사 준비를 마쳤는데 부인은 그제야 자신의 식판을 받아와서 뒤늦게 테이블에 앉았다.
비빔밥을 비벼가며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관찰을 했다.
두 부부는 아무 말도 없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는데 부인도 따박따박 받아만 먹는 남편이 꼴 보기 싫은지 4인 테이블에 서로 대각선으로 마주하게 자리하고는 각자의 식사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남편은 많이 더운 건지 신발을 벗은 것도 모자라 양말까지 벗고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정적만 가득한 부부간의 식사를 깬 것은 부인이었다.
사이드 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를 먹으라며 남편에게 내밀었는데 멀리서나마 짜증스러운 표정의 ‘안 먹어’ 하는 입모양을 읽을 수 있었다.
어느새 내 비빔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해 더 이상 두 부부의 모습을 관찰할 수 없이 퇴식구로 향했다.
회사 지하식당에서 잠시 스친 다른 부부의 모습이었지만 나의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집사람한테 저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점심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