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 강사이야기 9
여김을 받다
(어학사전) 인정받다: 認定 받다 <동사> 확실히 그렇다고 여김을 받다.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타인에게 증명받는 일이다. 물론 남에게 인정받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도 한다.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해주는 일, 그리고 타인에게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 둘 다 참으로 멋진 일임이 틀림없다.
나는 나의 존재가 마냥 서툴고 보잘것없다고 느낀 적이 있다. 사회초년생 때다. 계속되는 이력서 투쟁과 면접들. 그 속에서 피가 말리는 경험을 했다. 잦은 실패는 나를 많이 위축시켰다. 그래서 더 자주 나를 일으키도록 위로를 해주어야 했고, 잦은 재도전은 그렇게 나를 강하게 단련시겼다. 쉽지 않았던 시절,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의 근육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나 보다. 그러니 모든 경험은 다 자신을 만드는 뼈와 살이다. 그래서 작은 경험도 큰 경험도 모두 소중한 가치와 흔적을 남긴다.
2016년 즈음 오전에 일하는 교육기관에서 리본공예를 화두로 공예 수업을 하게 된 지 2년째였을 때다. 영어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의 불만이 커져, 강사를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프로그램 담당자에게서 들었다. 영어 강사를 빨리 구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하셨다. 그러더니 혹시 강사님 영어수업 경력도 있으시던데, 혹시 영어 교실 반을 운영해주실 수 있느냐며 내게 새 프로그램 제안을 하셨다.
"강사님, 우리 교육기관에서 이제 2년 수업 진행하셨죠? 항상 수업을 들으시는 학생분들도 강사님을 많이 좋아하시고, 다들 강사님 수업 너무 좋다고 하세요. 영어 코칭 자격증도 있으시던데요. 혹시 영어반도 수업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어머나, 저를 이렇게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드려요. 근데 강사가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괜찮은 건지요?"
"강사님 강사 규정상 한 프로그램의 강사가 꼭 하나의 프로그램만 수업하는 규정은 없으니, 강사님이 운영만 잘 해주신다면 별문제 없을 것 같아요. 꼭 좀 부탁드려요."
얼떨결에 지인의 소개로 첫 성인수업을 진행하게 된 이곳, 바로 이곳에서 이렇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성인 장애인과 일반인이 포함된 영어 교실 반이다. 일주일에 두 번, 이곳에서 새로운 영어수업을 맡게 되면서, 내 삶의 활력은 더 커졌다. 왜냐하면, 이분들의 배움의 열정이 참 남달랐기 때문이다.
오전에 수업을 진행하는 이곳은 지역 장애인복지관이다.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난 이곳에서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을 많이 만났다. 어쩌면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보다도, 더 많이 아프고, 힘든 인생을 마주한 분들일지도 모른다.
그런 분들과 수업을 통해 만나는 일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나의 삶에 커다란 감사함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그런 힘든 일은 언제 있었냐는 듯, 까르르 까르르 늘 그렇게 영어를 읽고, 노래를 불렀다. 정말 웃음이 너무 나와서 눈물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분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너무 예뻐서, 나는 더 재롱까지 피우며 신나게 영어를 가르쳤다. 수많은 영어 노래를 익히고, 연습하며 발표회도 많이 가졌다. 그런 것들이 감응되었던지 영어반이 소개소개로 새로 들어오시는 학생분들로 넘쳐났다.
매년 발표회를 열면서, 나를 둘러싼 그분들의 인정과 칭찬에 더 성장해갔다. 그저 그분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같이 공감했으며, 그분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영어를 더 신나게 가르쳐 드렸을 뿐이었다.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한 끗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 난 전에 교체된 강사의 자질 중 한 가지를 더 했을 뿐이었다. ‘소통’
소통이었다.
수업시간에 만나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맞장구를 쳐 드렸다. 공부하다가 잘 모르는 것을 질문하실 땐 개인적으로 더 설명해 드렸다. 열심히 하신 부분에 대해선 무한한 칭찬을 해드렸다. 같이 웃고, 같이 춤을 췄다. 그저 학생과 선생님의 만남이 아니라 가족처럼 같이 보듬고, 친구처럼 같이 웃었다. 그게 다였다.
더없는 사랑과 감사를 그분들께 많이 받다 보니, 이렇게 내가 성장해가는 구나를 느꼈다. 인정받는 것, 나를 좋은 선생님으로 여겨주심에 나는 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현재를 감동시키면 그 감동은 나도 모르게 확장된다. 선물 같은 2016년 첫 만남이 된 이 반은 현재 2022년까지도 내게 선물이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 어엿한 영어 강사로 다른 교육기관까지도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2021년에는 강사대표로 국회의원 표창장을 받았다. 내가 잘한 것은 없다. 왜 받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분들과 수업을 즐겼을 뿐이었다.
공감하라. 소통하라. 혼자할 때 보다 훨씬 더 성장한 자신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