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킹맘 강사이야기 7
나는 시작이 참 어려웠다.
나는 대학을 학사대표로 졸업했다. 전공과목도 교양과목도 늘 최고가 되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학생이었다. 학점이 높으면 당연히 취업도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살이 세상은 냉혹했다. 겨우겨우 취업한 회사에서는 사소한 오해로 쫓겨나다시피 관두게 되었고, 다시 지인의 소개로 취업한 디자인컨설팅회사도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디자이너의 세계에서 3년을 그렇게 치이며 살다 보니 공부만 하던 학생과 돈을 버는 사회인의 세상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초심자의 행운은 누구에게 쓰이는 말일까?
적어도 이리 굴러도 저리 굴러도 힘들기만 한 내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나의 꿈이 그리 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범한 행복을 안고 살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회에 갓 나온 나는, 알에서 갓 깨어나온 병아리마냥 모든 것이 어리둥절하고, 알아야 할 것투성이인 모질고, 차갑기만 한 세상에 내몰렸다.
그 아프고, 추운 세상이 싫어, 모든 서울살이를 내려놓고 3년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릴 적 작은 소망이었던 선생님을 시작했다. 그래서 학원 강사 일을 그렇게 10년간 했다. 10년을 가르치다 보니, 그 시간 안에서 나는 아마추어에서 프로가 되어가며 자신감이 붙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그해 겨울 나는 10년 학원 강사일 종지부를 찍었다.
내 능력껏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 강사로 거듭나기 위해서였다.
내 세상을 내 능력껏 살다.
프리랜서 (free-lancer): [명사]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방과후강사 도전을 했다. 학교 수업 후 다양한 특성화 수업으로 이뤄진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이다. 당시 인기 강좌 수업은 어마어마한 경쟁률이었다. 1차 서류 전형에서 통과하면 다시 2차 면접시험을 치러야 한다. 1차 서류 전형은 그럭저럭 통과한다 해도 2차 면접에서는 담당 학교의 교장, 교감 선생님 및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강의시연을 하기도 하며 면접을 치뤄야 한다. 워낙 치열한 면접이라 강사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도 한다.
2015년 그해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작은 경력 하나로 방과후강사를 도전했다. 학교도 큰 규모의 학교는 경쟁이 매우 치열했으며, 작은 규모의 학교도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내가 있는 지역의 큰 학교에 서류를 내고 면접을 치르러 갔다. 수십 명 강사들이 자리에 앉아 면접을 기다리노라니 그렇게 한두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같은 과목의 강사들이 대기 차례로 앉아있었다. 나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선생님도 많았다. 음 아찔하다. 난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숨을 고른 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나오자며 웃음을 지었다. 무슨 뚝심이었을까? 배짱이 참 두둑하다.
내 순서다. "OOO 강사님 들어오세요."
깔끔하게 입은 정장 차림으로 당당하게 면접장을 들어섰다. 5~6명의 면접관 선생님들이 앉아계신다. 나는 내 자리에 서서, 내 포트폴리오를 길지 않게 포인트만 짚어 웃음을 지으며 설명해 드렸다. 교감 선생님께서 “참 멋있는데, 아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겠어요?” “어머, 이거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거에요. 교감 선생님께서도 한번 해보시면 이 매력에 푸욱 빠지실걸요.” “아, 그래요. 하하” 사소한 말 한마디가 웃음을 유발해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졌다. 그렇다. 면접은 누가 졸지 않고 재치있고 순발력 있게 분위기를 장악하느냐에 달려있다. 면접관들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하셨다.
나는 한 손으로 손가락을 펼치며, "저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신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생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하며 웃음 띤 목소리로 군인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나 같은 강사는 처음이었을까. 다들 저 강사 무슨 배짱이야 하는 표정으로 모든 면접관이 하하, 호호 크게 웃으셨다.
며칠 후 큰 기대가 없었던 나는, 뜻밖에도 합격문자를 통보받았다.
”와, 이게 무슨 일이지. “나에게 이런 큰 학교에서 합격선물을 주시다니 놀라웠다.
그 후로도 나는 몇 군데 더 면접을 보았고, 큰 학교 몇 군데 더 강사합격을 했다.
내 운이 좋았던 것일까? 내가 면접을 잘 본 것이었을까?
이유는 알지 못했지만, 초심자의 행운이란 것이 내게도 그렇게 찾아왔다.
처음 방과후강사를 시작하던 그 해 나는, 일주일 내내 학교 수업을 들어갔으니 총 5개의 학교에서 합격을 했다. 오전에는 성인대상의 수업을, 그리고 오후에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했다. 물론 개인 지도도 했으니 참 어지간히 바쁘게 수업을 했다.
마음을 비우면, 나를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쫄지 말고 즐겨라.
beginner's luck: 초심자의 행운(새로운 것을 처음 하게 될 때 뜻밖에 맞게 되는 행운이나 성공)
무서움을 모를 때 오히려 떨지 않고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가대표선수들도 큰 시합을 앞두고, 자기 평정심과 컨트롤을 위해 자기만의 긴장을 줄이는 연습을 하지 않은가? 나도 나의 운을 전부 믿진 않지만, 가끔은 그저 나다움을 그대로 표현할 때 더 빛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은 그저 내 맘속에서 나를 붙잡아두는 막연한 구름 같은 것이 아니던가.
인생은 그렇게 두려워하지만 말고, 내 걸음대로 살아가다 보면, 내가 갈 길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