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오늘을 걸어갑니다

- 워킹맘 강사이야기 11

by 꿈데이즈


산을 오를 때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제각기 다르다. 산꼭대기를 향해 오르다 보면 숨이 가쁘고, 다리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버거운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 지점을 넘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정상이 보인다. 산도 자꾸 가본 사람이 잘 넘는다. 가장 힘든 산을 넘어본 사람은 좀 더 낮거나 좀 더 쉬운 산을 넘을 땐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본인의 한계치를 다해 넘어본 산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아이를 낳은 후 다닌 입시학원 강사 시절,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을 버티니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또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재밌었고, 많이 인정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도 처음엔 1등 되는 것이 어려웠지만, 한번 1등을 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최고등수가 되기가 더 쉬워졌다.


인생이란 그 힘든 굴곡점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어떤 상황에서도 조금은 가볍게 세상을 바라볼 수가 있게 된다. 그게 바로 연륜이고, 인생의 산 경험이다.





며칠 전 중학교 영어수업을 하는데 중학생 한 친구가 표정이 시무룩하며,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니?” 하고 물어보니 그 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미래가 너무 불안하고, 두려워서 힘들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는 것 같은데,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는 그 아이가 못내 안타까웠다.


나는 수업을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무슨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 생각이 나 그 친구에게 천천히 운을 띄웠다.


“선생님도 고등학교 시절 미래가 참 막막했었어. 어느 날은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가 계단에 앉아 그렇게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물었지. 과연 저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라고 말이야. 공부도 힘들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은 막막한 미래의 두려움이 더 컸단다. 달은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렇게 그냥 빛나고 있었다. 그저 자신을 믿어보라고 하는 것 같았지. 누구나 미래를 아는 사람은 없단다. 그저 자신을 믿고, 조금씩 앞을 향해 나아가는 거란다. 결국, 우리가 유일하게 지켜내야 하는 건 자신이란다. 너도 너 자신을 믿고 좀 더 힘을 내보렴.”




글쎄, 나의 말이 그 아이에게 무슨 큰 도움이 되었겠느냐마는.



사실 속으로는 그랬다. 불안함은 인생을 사는 내내 없던 적이 없었다고.



불안함을 껴안고 살아가야 할 인생, 불안함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험지에 답을 고르듯 인생은 자신의 최선의 선택지에 노력과 책임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란 걸 말이다.


힘든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저절로 날 때가 있다. 비가 오고 나면 세상은 더 초록빛으로 우거지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 존경했던 한 분께서

궁.변.통.구


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말이 힘든 순간을 겪을 때마다, 귓가에서 울렸다. 궁하면(힘은 일이 생기면) 사람은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세상과 통하게 되며, 원하는 것을 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생에서 그 어느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감정은 두려움이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두려움은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오래전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는 이렇게 썼다. 이것은 심리학자,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꽤 증명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앞에서 우리는 불안함의 씨앗을 키울 것인가? 아니면 믿음의 씨앗을 키울 것인가? 나는 어차피 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면 후자인 믿음이란 씨앗을 뿌리며 걸어가고 싶다. 나를 믿는 마음, 나의 미래를 믿는 마음 말이다. 그렇게 믿고 걸어가다 보면, 나의 주어진 인생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풍경 속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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