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의 거룩한 의례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우리 집 거실에는 아주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화려한 파티나 떠들썩한 카운트다운 대신, 우리 가족은 소박하게 둘러앉아
한 장의 A4 용지를 꺼내 든다.
바로 새해의 이정표가 되어줄 ‘가족계획표’를 만드는 시간이다.
가장 가장자리부터 남편, 그리고 아이들이 차례로 펜을 잡는다.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목표를 한 가지씩 적어 내려가는 것이 우리 집만의 규칙이다.
올해
나의 계획: 오랜 꿈이었던 내 이름으로 된 ‘책 출간하기’
남편의 계획: 자기 계발을 위한 ‘자격증 취득’
큰아들의 목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성적 향상’
둘째 아들의 목표: 꿈을 향한 첫 관문인 ‘원하는 고등학교 입학’
계획표의 하단에는 작은 ‘성공 보수’도 적어 넣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다.
이는 한 해 동안의 인내를 응원하는 칭찬이자,
서로의 노력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격려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사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모두가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게으름이라는 유혹에 넘어져 목표가 흐릿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믿는다.
결과의 완벽함보다 더 소중한 것은, 목표를 향해 정성을 다하는 ‘과정의 기쁨’을 키우는 일임을 말이다.
거실 한복판에 붙여진 계획표는 일 년 내내 우리를 일깨우는 나침반이 된다.
일상에 지쳐 마음이 흐트러질 때면,
거실 벽에 붙은 그 종이를 보며 새해 첫날의 설렘과 결연함을 다시금 꺼내 본다.
무엇보다 이 시간이 소중한 이유는 단순히 계획을 세우기 때문만은 아니다.
머리를 맞대고 글을 쓰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지난 일 년의 갈등을 씻어내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하게 여겼던 존재들이 사실은 각자의 꿈을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 사람’ 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존재 자체를 예우하는 이 시간이야말로 우리 가족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뿌리가 된다.
12월 31일의 계획 세우기는 단순한 메모가 아니다.
그것은 한 해를 성찰하며 마무리하는 뜻깊은 고해성사이자,
서로의 내일을 축복하는 가장 따뜻한 가족 의식이다.
올해도 거실 벽에 붙은 네 사람의 다짐이 성공을 위한 우리의 발걸음을 비추어준다.
그 빛을 따라 우리 가족은 또 한 걸음, 행복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