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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미 Feb 20. 2022

어른의 기준

여전히 출근보다 노는 게 좋은 나는 어른인가?


어른의 기준


몇 년 전,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나 때문에 쭈뼛쭈뼛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류장 안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하는 것 같은데 나 때문에 앉지 못하는 것 같아 데리고 있는 강아지는 몇 살이냐고 물어보며


"여기 앉을래?"

라고 물어봤다. 자연스럽게 꼬마 왕자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38살 같다는 것이다. 나름 동안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아이들의 눈에는 내가 어엿한 어른으로 보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묘했다. 아직 한 아이의 부모가 아니라 그런 가, 이제 학교는 아니지만 회사가 가기 싫고 여전히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은데 아이들에 눈에는 그렇게 비친다는 생각에 아이와 어른의 차이점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아이와 어른의 사회적 기준은 스스로 한 일을 직접 책임지고 아이들은 보호자가 책임을 진다는 기준이라면 20대와 30대, 30대와 40대의 차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기준


나만의 어른의 기준을 만들어준 일화는 고3 때 (사촌) 언니가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느끼며(당시 고작 22살 언니에게) 독특하게 위로받은 일화이다. 고3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을 해야 하는 날, 나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수능이 망했다"

라는 생각이 들며,  부모님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할 점수라는 것을 나는 확실했기 때문에 그날이 인생을 좌우하는 마지막 최후의 날 정도로 생각하고 큰 책임감으로 집으로 가지 못하고 가까이에 살던 이모네로 갔다. 떨리는 손으로 채점도 제대로 하지 못해 큰(사촌) 언니에게 부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망했다. 그 점수를 확인한 후 나는 세상 떠나가라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동생의 위로를 받으며 인생이 끝난 것 마냥 좌절을 하고 있는데 큰 언니가 핸드폰 카메라를 켜며 동영상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너 이거 내년 3월에만 봐도 엄청 부끄럽고 웃길 걸 밤에 이불 빵빵 찬다."


라고 웃으며, '괜찮다'라고 우는 모습을 촬영하는데 그때 그 순간만큼은 언니가 이해가 안 되고 얄미웠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같이 걱정하며 위로해 준 동생도 물론 고맙지만 폭소하며 영상 촬영을 했던 언니가 더 큰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어 울다 웃으며 큰 언니가 사준 치킨을 먹은 기억이 있다.


이렇듯 나이를 먹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앞으로 그 나이대에 겪을 수 있는 수많은 관문을 지나가며
나만의 경험치를 쌓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이보다도 얼마나 많은 관문을 지나왔는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여유 있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어른으로 더 가까이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자는 결혼하면 철들고', '여자는 엄마가 되면 어른이 된다'는 말도 성별을 떠나 경험에 따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손자가 생기는 경험, 손주가 결혼하는 경험, 옆 집 철수 할아범이 2번의 이혼 후 3번 재혼하는 경험 등 사람은 생을 다할 때까지 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관문과 경험이 남아있으므로 60대든 100세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사람에 따라 겪을 수 있는 경험들이 다르다.


나이를 먹는다고 무조건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란, 나보다 경험이 없는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연륜으로  인생 후배들의 기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생각과 다르게

어른으로 인정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른인가?' 나는 받은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베풀 줄도 알고, 출근길에 매번 보이는 하늘이 다르다는 것과 예쁘다는 걸 알 수 있는 여유와 낮술을 더 맛있게 마시는 법, 퇴사 준비, 옆 집 새댁 언니랑 친해지는 방법, 자전거 타는 법, 맞는 취미 찾기, 수영 배울 때 준비물, 김장하기, 단짝 친구 없이 홀로서기할 수 있는 방법, 이성친구 없어도 외롭지 않은 방법 등 이와 같은 경험의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난 그들에게 어른으로 보일 수 있으므로 굳이 초조할 필요도 불안할 필요도 없고 그냥 이대로 지금의 속도로 가도 괜찮다는 걸 알고 있다.


어른의 기준은 나이가 아닌 경험에 따라 인생 후배들이 정해주는 것


예시) 고3 수능을 보기 전 수험생에게 어른이란 수능을 보고 대학생이 된 선배들

수능을 본 경험, 사업을 해본 경험, 맞는 취미를 찾아본 경험, 출판을 해 본 경험, 부부가 된 경험, 부모가 된 경험, 자식을 독립시킨 경험 등 누군가 내가 한 경험을 겪을 예정으로 조언이 필요하다면 그 들에게는 내가 어른이 될 수 있다.

  


P.S 낮술은 연차 내고 남들 쉴 때 마시는 낮술이 제일 맛있다!


그때의 짜릿함을 안다면 당신은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축하해요ㅠㅠ



#낮술은

#남들 쉴 때 마시면

#더 맛있다

#낮술 최고

#연차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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