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 내 여자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프러포즈.
작성자 : 쭈님
" 이 세상에서 쑝이만 받아볼 수 있는 프러포즈를 만들자. "
" 가장 나 다운 프러포즈를 하자. "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중요한 이벤트.
결혼에 대한 로망이 컸던 나는 결혼만큼이나 프러포즈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프러포즈를 하게 되는 사람 입장에서 로망이 있었다고 하는 게 약간은 어색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프러포즈가 남자에게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 부부 싸움하다가도 남편이 프러포즈했을 때 생각면 화가 풀리곤 하더라고요.. "
어렸을 때 봤던 어떤 여성분이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하셨었다.
그때 당시 그 대사를 들었던 나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 아.. 프러포즈가 저런 영향을 줄 수도 있구나.. '
그때 결심했다.
" 절대로 잊지 못할 멋진 프러포즈를 하는 남자가 되자. "
프러포즈를 계획하며 정말 많은 예시들을 찾아보고, 상상해봤다.
- 사람이 많은 광장에서 하는 프러포즈.
- 단 둘이 여행 가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프러포즈.
- 레스토랑에서 반지를 건네며 하는 프러포즈.
- 몰래카메라로 놀라게 한 다음에 반전 있는 프러포즈.
- 춤을 추면서 하는 프러포즈.
- 뮤지컬 중간에 하는 프러포즈.
정말 다양하고 많은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었고,
' 저렇게만 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생각은 바뀌게 되었다.
'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프러포즈라면.. 남들보다 더 특별해야 해 '
그렇게 나는 내 재능, 능력, 노력 전부 다 쏟으며 프러포즈를 준비하게 되었다.
나는 가장 ' 나 '다운 프러포즈이면서 동시에 오직 ' 나 '만이 할 수 있는 프러포즈를 하기로 했다.
가장 ' 나 '답고 ' 나 '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
" 쑝이만을 위한 개인 전시회를 만들자 "
이 결론이 6개월의 시간이 걸리게 될 줄은 몰랐지만.
개인 전시회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 전시 장소 ( 예쁜 공간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걸 수 있어야 했다. )
- 작품 ( 자품의 개수가 적으면 오히려 좋지 못하며, 각 작품들을 보면서 나와의 추억이 떠올라야 함. )
- 포스터 ( 전시 느낌이 나도록 분위기를 조성 )
- 조명 ( 작품을 돋보이게 하며,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 )
- 영상 ( 하이라이트를 위한 노래 녹음 영상과 프로젝터 )
- 음악 ( 쑝이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직접 녹음한 곡 )
- 꽃다발 ( 영상 끝나고 건네 줄 꽃다발 )
- 반지 ( 결혼반지 )
- 음식 ( 식이 끝나고 함께 먹을 음식 )
- 카메라 ( 모든 순간을 기록할 촬영 장비 )
이렇게 많은 것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정말 긴 시간 동안 나 자신과 싸우는 상황도 많았던 것 같다.
' 개인전 준비는 너무 과했나... '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결국 해냈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너무 뿌듯하다.
... 결국, 들키는 바람에 깜짝 이벤트는 불가능했지만.. :(
지금부터 내가 위의 리스트를 준비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기록하도록 하겠다.
프러포즈를 들키게 된 이유는... 글을 마무리하며 공개하겠다.
[ 녹음 ]
나는 노래를 잘하는 편도, 못하는 편도 아니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평범한 음악적 재능으로 무슨 녹음을 하겠나 싶었지만
2021년 세상은 참 스마트하다.
나는 디지털의 힘을 믿기로 하고 노래를 녹음하게 되었다.
녹음한 노래의 제목은
듣는 편지 - 40
내가 생각하는 가장 로맨틱한 노래면서
의경 생활하는 동안 쑝이와 전화할 때 자주 불러주던 노래다.
태어나 처음으로 녹음실을 가보았다.
TV에서 연예인들이 녹음을 하는 방음부스와 똑같은 공간.
너무나도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녹음이 제일 어려웠던 점은
녹음을 도와주시는 분이 나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듣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쑝이에게 성공적인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서 참고 녹음을 해야 했다.
퇴근하고 녹음하러 갔기에 많이 늦은 시간에 시작하였는데,
녹음 자체도 오래 걸리게 되어
쑝이에게 야근이라는 거짓말을 하며 열심히 녹음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해보는 녹음은
부끄러움과 긴장감 공존했지만,
실력 있는 분이 녹음을 도와주셔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 다행이었다.
프러포즈 영상도 만들어야 했기에 영상에 쓸 녹음하는 모습도
계속 촬영하며 진행했다.
[ 작품 ]
제일 오래 걸렸던 작품 준비.
하나의 작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과 같을 정도의 작업이었다.
실제로 ' 고스트 '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해서 그 캐릭터를 가지고 작품들을 만들며 나와 쑝이의 추억이 생각날 수 있도록 작품을 만들었고,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그 컨셉으로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었던 것 같다.
캐릭터 디자인이 ' 고스트 ' 즉, 유령인 이유는
" 유령은 갑자기 나타나서 심장이 뛰게 만드는 존재인 게 어쩌면 사랑이랑 비슷한 효과를 만드는 게 아닐까..? "
하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다.
유령이 디자인하기 비교적 쉬웠던 것은 비밀.
' 캐릭터를 디자인이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읽고 있는 금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한다.
나처럼 하기 힘들 것이라고.
캐릭터를 그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3D 아트토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트토이 디자인을 많이 할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많은 종류의 디자인으로 제작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총 6가지의 디자인을 할 수 있었다.
관심이 있어 배워뒀던
3D 모델링, 프린팅, 도색 등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또, 이 작품들 외에도 ' 전시회 '라고 표현할 만큼의 작품들이 더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쑝이와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색으로 표현하여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아크릴 푸어링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 봤는데,
자연스럽게 선택한 색들이 어우러지며 랜덤 하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정말 매력적임과 동시에 사람의 감정과 많이 닮았다고 느끼게 되었고,
나는 아크릴 푸어링으로 쑝이에게 내 감정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나는 공간을
더 전시회다운 느낌으로 조성하기 위해서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벽에 붙여질 포스터들을 제작했는데
아쉽게도 인쇄 업체의 잘못으로
정말 중요했던 프러포즈 당일까지 배송을 전부 받지 못했다.
모든 디자인을 인쇄를 의뢰했는데 일부만 배송이 되고 나머지는 오지 않았다.
중요한 작업이니 잘 부탁한다고 여러 차례 부탁하며 강조했는데, 실수하고 연락도 잘 안됐다..
이후로 나는 그 업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고품질의 인쇄로 자주 사용하던 업체였는데,
3일 전에 의뢰하였고, 예상 배송 시간을 확인 후 주문했었다.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의뢰해야 했나 보다.
마지막으로 포토존을 만들
네온사인, 핑크색 석고상, 로고 카페트 등을 직접 제작하거나 주문제작을 하는 등의 준비를 하였고,
정말 예쁜 포토존을 만들 수 있었다.
나는 확신한다.
과연 이렇게까지 프러포즈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준비하며 정말 힘든 일이 많았지만,
쑝이를 생각하며 해낼 수 있었다.
[ 꽃다발 ]
쑝이는 꽃을 정말 좋아한다.
꽃을 정말 좋아하는 쑝이를 위해
아무 기념일이 아니어도 가끔 꽃을 주곤 했었다.
요즘엔 좀 뜸했다.. 반성하고 이번 데이트 때 꽃을 선물해야겠다.
꽃 중에서도 화려한 장미나 색이 진한 튤립과 같은 종류보다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운 들꽃을 좋아한다.
가끔 꽃집에 함께 다녀보기도 했고,
쑝이가 꽃꽂이 취미를 가지고 싶어 했어서
쑝이의 취향을 조금 알고 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 반지 ]
반지에 대한 설명은 이전 글에 있으니 패스하도록 하겠다.
보고 오도록 하자
[ 음식 ]
이 부분은 정말 아쉬웠다.
프러포즈 장소가 판교였기 때문에,
판교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문하려고 했다.
심지어 평일 점심에 잠깐 들러 맛을 보며 비교하여
프러포즈 음식으로 선택하기 위해서
부끄러웠지만
레스토랑 혼밥이라는 것을 해보면서까지 준비했는데,
정작 맛을 봤던 레스토랑들은 프러포즈 당일이었던 일요일에 휴업이었고,
겨우 찾았던 평점 높은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요리는
...
전부 식어버렸다.
그래도 너무 맛있게 먹어준 쑝이에게 고마웠다.
모든 게 완벽한 것 같았다.
거의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쑝이 몰래 준비하면서
완벽하게 숨기는 듯했다.
실제로 준비하는 동안에도 쑝이가 장난으로
' 언제 프러포즈해? '라는 질문을 하곤 했다.
프러포즈 하기 한 달 전,
프러포즈 준비가 순조롭게 계획대로 준비되는 것을 보며
슬슬 쑝이에게 프러포즈라는 것을 모른 채로 장소로 오게 해야 했다.
카톡.
" 쑝아, 요새 실력 있는 아트토이 신인작가가 엄청 많아! "
" 진짜? 아이고, 우리 쭈도 아트토이 신인작가 하고 싶어 했는데.. ㅠㅠ "
" 응.. 근데 그 신인작가들 중에 정말 이쁜 토이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있거든 "
" 응응 "
" 그 작가가 12월 27일에 개인전을 홍대에서 한다는데 나랑 같이 가주라! "
" 그래! "
모든 게 순조로운 듯했다.
그리고 12월 20일.
카톡.
" 쑝아 저번에 내가 말했던 신인작가 전시회 가 줄 거지? "
" 쭈야.. 홍대라며.. 사람이 많을걸..? 요새 코로나 19 심각해.. 가지 말자.. "
" 어....? 그래도..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 "
" 요새 그런데 가면 사람들한테 욕먹어.. 다음에 가자.. "
" ... "
정말 세상이 혼돈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전시를 위해 장소도 예약하고 금액도 지불했는데...
그리고 돈이 문제가 아니라..
' 전시회로 준비한 건데.. 전시회가 가기 싫다고 할 줄은 몰랐는데...? '
' 이제 와서 전시회가 사람 적은 곳으로 바뀐 것 같아! 할 수도 없는데...? '
"나.. 어쩌지..? "
결국 나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
프러포즈를 영상으로 이쁘게 남기고 싶어서 예쁜 옷을 입고 오게 하고 싶었기에
" 쑝아 그럼 이번에 내가 스튜디오 예약했어. 사진 찍는 데이트 하러 가자! "
" 갑자기? "
" 응. 인터넷에서 할인하길래 예약했어! 12월 27일이래 "
" 엥..? "
사진 스튜디오에 놀러 가자고 해버렸다.
타자를 치고 있는 지금도 이불 킥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냥 프러포즈를 할 거라고 예고를 한 셈이 아닌가..
하지만 그 당시 나는 그게 최선이었다..
실제로 평소 나는 데이트 장소를 잡으려고 할 때,
" 쑝아 여기 어때? 저거 해보는 거 어때? "
이런 식으로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데,
이 날,
의견을 묻지도 않고 예약을 했다고 통보를 했던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여기서 벌써 쑝이는 눈치를 채고 만 것이다..
눈치가 정말 빠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프러포즈를 마쳤는데
쑝이가 편지 한 장을 건넸다.
" 이게 뭐야? "
" 한번 읽어봐 "
이미 쑝이는 프러포즈받을 준비를 하고 나왔다.
편지까지 쓴 채로.
그래도 다행인 것은
프러포즈받는 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프러포즈일 것이라는 것은 몰랐다는 점이다.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빔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노래하는 영상을 보며
고맙게도 쑝이는 감동의 눈물을 흘려주었다.
그리고
프러포즈 마지막 하이라이트.
" 쑝아 저기 포토존에 앉아 있어 봐 "
" 여기? "
" 응 잠깐 있어봐~ "
왼쪽 무릎을 꿇었다.
숨겨뒀던 반지를 꺼내 들었다.
" 이렇게.. 하는 건가? "
쑝이가 웃었다.
" 손좀 줘봐 "
나는 쑝이 손을 잡았다.
그리고
" 나랑 결혼해줄래? "
대사를 하며 반지를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웠다.
" 좋아, 우리 결혼하자. "
- 프러포즈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