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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Feb 04. 2024

행복한 엄마

딸과의  추억을그려요

딸이 크면 친구가 된다더니 정말 그런듯싶다.

엄마의 소소함을 꼼꼼히만 집어주는 주은이

그런 딸이 어려서도 든든했지만 또 커서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듯싶어 그냥 행복하다.

그런 우린 작년에 속초 바닷가 여행을 갔었고

가장 기억되는 강물 위를 걸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난다.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방학 때마다 우린 그렇게 우리만의 추억을 가득 쌓는다.

또 최근엔 서울도 갔었다.

구경 하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각 장애인인 나는 턱이 없는 그 거리가 내게 제일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점자 불록도 길고 무엇보다 점자가 많은 세상처럼 느껴지던 내 생각이었다.


돌아오는 화요일부터는 우리 도우미 샘이 '일본 가족 여행'을 3박 4일 동안 가는가 보다.

그러게 한동안 조금은 불편함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샘은 말했다.

"주은이가 있으니 한동안 비워도 괜찮죠."

미안한 마음인지 국도 꿇여 놓고, 카레도 해 놓고, 밤도 삶아 놓았다.

다음날 합창 프로그램에 나는 가지 않았다.

오늘이 주은이 수술 후 첫 검사하는 날이라서 나도 병원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년에 우리 모녀는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우선 내가 턱 수술도 하고, 치과 수술도 하고, 사고도 나고 그 와중에 주은이도 수술을 해야 했었다.

병원에서 주은이 검사받으러 들어가기 전 난 어설픈 두 손을 모았다.

주은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지.

진료받고 나오는 아이가 내게 말한다.


"엄마,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셨어."

"다행이다 더 수술 안 해도 되는가 보다."

'하나님, 감사해요.우리 주은이 지켜주셔서...'

그러게 참 행복하다.

오전에 병원 올 때는 기사분이 사고 냈던 그분이란 걸 알고 괜히 더 우울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싶다.

좋아진 기분에 우리 모녀는 점심에 김밥 먹기로 했다.

아이는 말한다. 앞에는 김밥, 오른쪽에 어묵, 왼쪽에 순대라고 말이지.

무엇보다 주은이가 선택해 준 복숭아 음료가 참 맛있었다.

차도 같이 마시고 봄내콜을 다시 불러 타고 집에 왔다.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서둘러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춘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향했던 9시 20분,

모닝커피와 함께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다.

졸음도 쏟아지고 주위의 산만한 아이들 소리, 잠깐 잠들은 것 같은데 벌써 용산역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가게'에 가기 위해 한번 갈아타야 했다.

'아름다운 가게'다.

초록색 앞치마 봉사자가 우리 모녀를 반겼다.

둘러보니 춘천보다는 물건이 더 다양하다 느꼈고, 또 아이가 춘천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하던 기억다.

주은이는 매니저님에게 인정받아 부 매니저도 했던 기억이 났다.

주은이가 말했다.


"엄마. 이 바지 편하겠다."

"그래. 그럼 이거 살까 잘 맞을까 ?"

"그럼. 밝은색이라 잘 어울려..."


서로 웃으며 사기로 했고 계산하였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점심때였다.

우린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고 동대문 현대몰로 갔다.

많이 걸어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했다.

잠시 쉬었다가 저녁도 먹을 겸 호텔에 체크인 하기로 했다.

가족 방이라는데 엄청 넓고 침대는 세개 였다.


스카이 파크 스 타운 호텔에 왔다.

짐을 내려놓고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우린 족욕을 했다.

너무나 시원했다.

얼마쯤 쉬었을까 배가 고파왔다.

우린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바로 밑, 현대몰 지하2층 식당에 내려갔다.

우리 둘 다 솥밥을 먹고, 주변에 가볍게 쇼핑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방에 들어가는데 손님도 직원도 외국인이 많았다.

대부분 중국인과 일본인, 난 혼잣말을 했다.


"한국인데 왜 외국 나간 기분이지. 우리만 한국인 이네..."


어쩌다 한국말이 들리자 처음으로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7시 조식을 비빔밥으로 먹고 쉬다가 체크아웃 했다.

현대몰로 가 카페에서 차 마시며 하루 일정을 나눴다.

그 후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먹고, 12시 용산역까지 가서 3시 20분 춘천 가는 전철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1박2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

다음엔 어디를 향하지? 하는데 주은이가 말했다.


"우리 다음에 온천 있는 데로 갈까?"


그러고 보니 이전에 센터에서 온천 다녀온 게 문득 기억이 났다.

그때 사고 난지 얼마 안 돼서 더 유난히 좋았던 기억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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