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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Feb 12. 2024

서로 바라보는 사이

같이라서 의지한다.

2월 7일 수요일 오후, 주은이와 난 같이 강대 병원 정신과에 갔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신과 약을 먹은 지 벌써 되었나 보다.

아직도 그 이유는 잊을 수 없고 사실 다가올 명절마저 살짝 걱정 됐었다.


몇 년 전이었다.

명절날 아침 나는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싶어 주은이와 같이 친정집에 갔던 날,

난리가 나 있었다.

원인은 그랬다.

올케언니가 시아버지인 아빠께 던 말,


"아버님. 빚 때문에 힘들어서 못 살겠어요."


하더니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려 박살을 내고 펑펑 우는 거였다.

명절이자 아빠의 생신 모임, 누가 보면 생신날이 아니라 '초상날'로 알겠다.

조금 잠잠해 지던 때 나는 고민됐다.

그냥 집에 가야 할지, 친정집에 그대로 있을지.

그러나 아빠가 계시니 그냥 간다고 하기도 뭐했다.


조금 있다 큰 올케언니는 우리 모녀에게 밥상을 차려 주었다.

그래도 미안했나 보다 생각했는데 뭐지?

주은이에게 건네던 말


"주은이 너 연기 잘하더라. 앞으로 연기해도 되겠다"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유는 몇년 우리 모녀가 '동행' 프로그램에 나갔었기 때문이다.

연기라기보다 오히려 주은이를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시각 장애인 엄마를 끔찍히 챙기는 딸이니 말이지.

걱정된다, 나의 정신과 약이 두알로 늘은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누구 때문에 정신과 약은 먹게 된건데 말이지.


어려서 내게 명절은 늘 기뻤다.

매번 엄마가 새 옷과 새 신발을 사주셨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오빠들은 옷을 물려 입힐 수 있지만 외동딸인 난 공주처럼 컸다.

그래서 설날이면 늘 기뻤다.

새 옷 새 신발뿐 아니라 세뱃돈까지 친척이 많다 보니 꼭 10만원 이였다.

다른 엄마들은 받은 세뱃돈 챙긴다고 하던데 우리 엄마는 그러시질 않았다.

돈을 불리 쓰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아시기 때문이다.


이번 설날 아침 7시, 봄내콜을 불러 딸과 함께 친정집을 갔다.

온 가족이 아침밥을 한자리에 모여서 먹고있을 때였다.

이젠 아빠의 형제분이 아무도 계시지 않네. 년에 큰아버지 큰어머니 두 분이 다 돌아가셨으니 말이지.

그래서 명절은 어찌 지내실까 궁금했는데 여전히 화천에서 함께 모이기로 한 모양이다. 그러나 나와 주은이는 엄마와 함께 집에서 보냈고 나머지 식구는 모두 화천을 향했다.


주은이는 피곤했는지 소파에서 졸고 있는데 엄마가 장난기를 멈추질 못했다.

그러게 치매 이신 엄마가 저번에 많이 아프셔서 속상했는데

그래도 같이 명절을 보내니 행복한듯 싶다.

화천에 던 식구들이 팀 한 팀 돌아오고

우린 주은이와 함께 엄마 아빠께 세배를 드렸다.

조카들도 짝지어 세배를 드렸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오빠들 가족들은 다 빠져나간다.

다들 처갓집으로 가기 위해 말이지.

그래도 전날의 불안했던 그 마음이 너무 야무지게 준비한 탓일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 택시는 좀 빨리 달렸지만, 아무렇지 않았던 내 마음.

약이 두알로 늘어 투덜댔는데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명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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