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던 하루
마치 여름 장마철처럼 많이도 내린다.
나도 한때 등짝을 얻어 맞을지언정 비 맞는 걸 무척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 만든 걸까?
그냥, 옷을 적시는 그 느낌의 비가 너무도 좋았다.
감기가 걸려 며칠을 고생되어도 그땐 변함이 없었다.
근데, 지금 그걸 주은이 아빠가 하고 있다.
혹시 어제 병원 치료 중 무언가 좋지 않다는 소리를 들은 걸까?
갑자기 더 친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그 느낌은 수상했다.
우리가 처음 결혼할 때 분명 예쁘게 살고 싶다고 다짐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환경은 호된 폭풍에 휘말려 홍역을 치르고
결국 원하지 않는 결과까지 잔뜩 끌어안아야 하긴 했다.
그래도 고맙긴 하다.
주은이 고등학교 때부터 매달 꾸준히 와주니 말이지.
처음엔 용서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의 편안함과 웃는 모습에 핏줄은 어쩔 수 없구나!
세월은 약이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모습을 이젠 뿌리치지 않을 만큼 무감각해진 것 같고,
그냥 왔다 가는 사람이구나 하고 체념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오늘 우린 모처럼 구봉산 카페도 갔었고 거기서
나는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고
두 부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이전에 갔던 레스토랑은 공사 중이라고 쉬어서 많이도 아쉽다.
그 바람에 집 근처 식당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서로 고르기로 했다.
나는 꼬막 비빔밥,
주은이는 석쇠 불고기 정식,
주은이 아빠는 코다리 정식.
정말 맛있었다.
집에 돌아오는데 주은이가 말했다.
급하게 프린트를 뽑아야 한다고.
집에 프린터기가 안되니 관리 사무소에 해달라고 부탁해 볼까?
그렇게 찾아간 관리 사무소
주은이 아빠가 말했다.
프린트 뽑아 주실 수 있냐고.
그러자 아저씨는 쉽게 승락해 주셨다.
고마움에 인사 드리고 집으로 왔다.
주은이 아빠도 집으로 돌아갔고,
주은이는 친구를 만나러갔고,
혼자 남은 나는 학교 강의도 듣고,
합창 노래도 듣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