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아침 이였다.
아빠가 병원에서 퇴원도 하셨기에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하루 외출 하기로 했다.
딸과 나도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친정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어 깜짝 놀랐다.
아빠와 오빠들은 엄마를 모셔오기 위해
요양원을 같이 가신 모양이었다.
혼자 남아있던 큰 올케언니가
우리를 반기며 배와 포도를 상에 내 왔다.
한참 먹고 있을 때 드디어 엄마가
한 달 만에 집에 다시 오셨다.
그런 모습에 아빠도 무척 좋았는지
계속 지켜보시곤 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살이 빠지면서 분명 건강해지신 것 같고
발이 붓지 않아 보기 좋았는데,
하루 종일 흥겨워하며 노래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다.
그래도 점심을 너무 잘 드시는 엄마가 보기 좋았다.
그런데 나만 느끼는 걸까?
아버지라는 이름은 기억해도,
주은이라는 이름은 기억해도.
인물을 정확히 찾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조금은 아빠도 서운하시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들 때
요양원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우리 집에서 보내시던걸 무심결에 기억하시는 건지
갑자기 내게 다가와 뽀뽀도 하시고 안아 주신다.
아빠는 서운한 마음을 엄마에게 이야기 해 보신다.
"할멈, 아버지랑 살 거지? 요양원 안 갈 거지?"
엄마는 대답 하시는듯싶더니 결국,
요양원 생활에 익숙해지신 건지 대답을 아끼신다.
그러게 엄마를 보호하실 만큼
아빠가 체력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와 오빠들은 함께 엄마를 요양원에 모셔 드리려고
모두같이 한 차를 타 가신다.
그 모습을 본 후,
우리도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빠들도 가고나면 아빠가 많이 서운하고
허전하시겠구나 싶었던 하루.
그걸 아신걸까?
큰오빠도 추석 연휴 내내
아빠와 같이 보내시다가 집에 가신 모양이다.
얼마 만이지?
이렇게 따스한 명절을 보내는 게.
다들 바쁘고, 사는 게 힘들어 그런지 좀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가장 행복한 추석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