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계신 아빠에게 날마다 전화를 하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밥 드셨어요?"
"난 몰라."
"약 드셨어요?"
"난 몰라.(귀찮다는 듯)"
뭔가 이상하다.
엄마가 치매 초기일 때 그때의 그 모습 같기 때문이다.
순간 걱정이 되었다.
혼자 두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닐 거야 엄마가 없이 혼자 지내시니
무기력증이 생기는 건 당연한 걸 거야.
그냥 마음의 초조함만 흐른다.
"아빠"
"응"
"엄마도 나 못 알아보시는데
아빠 마저도 그럼 안돼 알았지?"
"응(아빠의 흐느낌이 느껴진다.)"
그러고 며칠 후
난 혼자라도 아빠를 보러 가려고 했다.
그런데 주은이가 같이 따라나와 줘서 고마웠던 날,
아빠는 우리 모녀를 반기셨다.
그리고 가져간 닭갈비 드리니 좋아하시는 듯하다.
같이 저녁을 먹고
쉬다가 오려는데
아빠는 피곤한지 주무시러 방에 들어가시며
"갈 때 문 걸고 가"
라고 하셨다.
장애인콜이 잡힐 때쯤 아빠 방을 들여다보고
주무시나 보다 느낄 때쯤
우린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아빠가 갑자기 부르시면서 "잘 가"라고 하신다.
그러자 주은이는
"할아버지 현관문 걸었어 쉬어요."
"응."
그래도 아빠를 보고와 마음이 놓인다.
다음날
아빠와 통화를 했다.
오늘은 요양사 선생님과 병원 가시는 날인데
잘 다녀오셨을까?
며칠 전화 통화가 안 돼 걱정이 되었는데
간신히 통화가 된다.
"아빠 병원 잘 다녀왔어요?"
"응. 근데 다음에는 요양사와 오지 말고
보호자랑 오랬어 뭐가 좋지 않나 봐."
"그러게요..."
요 며칠 나의 불안 때문일까?
꿈자리마저도 뒤숭숭했는데
결국 아빠는 뭔가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보호자와 같이 오라고 하니
좋은 느낌은 아니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병들고 아프고 힘들어지고
결국 죽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너무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는 다음에 병원 다시 오라는 날이
다음 주 목요일이었나 보다.
다행히 둘째 오빠가 그래도 보호자로 가려나 보다.
그러자 주은이는 짧게라도 우리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하며
걱정해 주는 목소리가 고마웠다.
그러고 보니 주은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정이 누구보다 많을 거야
어려서부터 같이 지냈으니까 말이지.
보고 싶다, 엄마도 말이지.
이번엔 딸을 알아보실까?
일요일이 되면 엄마는
요양원에서 외출을 나오신다.
저번에는 뭔가 많이 안 좋아 보였는데
이번엔 괜찮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