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늘 설렌다.

by 미뚜리

최근 모든 것에

새로 시작하기 위한 문을

재빠르게 두들기고만 있다.

아마도 오늘이 그중 하나 아니었을까?

오랫동안 쉬던 합창을

올해 처음으로 갔었다.

올해는 색다른 계획으로

한 해를 열으려나 보다.

주은이가 먼저 출발했고

그 뒤를 따라 지원사 선생님과 내가 출발했다.

도착한 센터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오래전부터 연습했던 노래들을

하나하나씩 부르고 있을 때

나는 기억을 못 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머리가 아닌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다.


율동과 함께한 합창의 시간.

그렇게 오후에 즐거운 시간이 끝나고

보람을 안은 채 집으로 지원사 선생님과 돌아왔다.

점심을 내게 차려주셨고,

콩나물 반찬을 새로 해주셨다.

내가 먹은 점심을 치워주시고,

설거지하시고 난 후에야

우린 티브이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았다.

늘 느끼지만 난 아마도

저분들처럼 산속에서의 삶은 너무 외로울 것 같다.

아니 아무것도 몰라 오히려 두려움만 느껴지지 않을까?

그리고 뱀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자연인은 아무나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있고,

아픔이 있고, 잊고 싶은 그 무엇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때론 든다.


선생님은 퇴근하셨다.

나는 혼자 음악을 즐기며 족욕을 하기 시작했다.

사고 이후로는 늘 습관처럼 하게 되는 게 족욕인 것 같다.

계절이 바뀌려고 하면 발은 어김없이 티를 낸다.

어떻게 그렇게 정확히 아는지 알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시원하고 개운한 그 맛에 혼자 즐긴다.

그렇게 혼자 있는 시간은 손이 너무 바쁘다.

빨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지 킁킁 거리게 된다.

세탁기 필터 청소할 기간을 냄새가 정확히 알려주는 듯하다.

청소기가 말을 안 들으면

먼지통에 쓰레기가 가득 차서

안 되는 거였다는 것을 난 스스로 배운다.

젖은 빨래를 거실에 들여놓고 있을 때,

그때였다

주는이가 집에 돌아왔다.

엄마의 늦은 학교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나의 딸.

그런 딸이 든든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원래는 주은이 처럼 나도 올해 졸업을 해야 했는데

모자란 학점과 이해력이 부족한 탓에

그만 티가 나버릴 때,

내겐 딸이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하다.


그런 딸과 저녁을 같이 먹고.

주은이는 아르바이트를 갔다.

또다시 혼자 있는 시간 속에 나는

오늘의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적어본다.

수수한 일상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따스한 사랑이 되길

소망해 보는 나의 작은 글이다.


눈이 오는 저녁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눈이 많이 왔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올해 더위도

작년만큼이나 버거울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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