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둣국

by 미뚜리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어릴 적 생각이 한참 그려지고 있을 때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지원사 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언니"

"네. 오셨어요."


기침을 하는 내 모습에 차 한 잔을 주시며

선생님은 소파에 앉으셨다.


밤새 잠은 설치신 모양이다.

하품 소리가 들리면서 선생님은 자신의

일상의 일부를 터트리셨다.

요즘 잠을 통 못 잔다고,

언니들이 잠 못 잔다며 내게 그럴 때

이해는 가지 않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며 이야기하셨다.


그러고 보니 내게도

그 단계는 있었다.

일단 잠을 못 자면 날카로워지고

무엇보다 우울해지지.

그러나 지금은 괜찮긴 해

갱년기우울증 예방으로 진료를 받고 있고

약도 먹고 있기 때문이다.


"딩동"

"누구세요."

"복지관 이에요."


지원사 선생님은 현관문을 여셨다.

아마도 명절 때문에 잘 보내라는

선물을 주신 모양이다.

지원사 선생님은 그때 정리는 하시며

청소도 하시는 듯했다.

이후 점심을 차려 주셨고,

다 먹고 치울 때쯤

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아무런 말이 없자 지원사 선생님은


"누군지 확실하지 않으면 문 열면 안 돼요.

여호와의 증인 일 수도 있고 이단일 수 있어요"


그렇긴 하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 같긴 해.


지원사 선생님이 퇴근하시려고 현관문을 열자

선물 꾸러미가 문고리에 있었다.


그걸 본 지원사 선생님은


"사랑의 열매에서 선물 왔어요.

만두네 우리 내일 끓여 먹어요."


하시곤 퇴근하셨다.

그다음 날

선생님이 출근하셨다.

늘 차 한 잔을 내게 주시며 소파에 앉으셨다.

그런데 난 요즘 감기약 때문인지

오전에 자꾸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잠에서 깰 땐 점심이었고,

지원사 선생님은 어제의 약속인

만둣국을 끓여 주셨다.

오랜만에 먹는 만둣국이 참 맛있었다.

그때, 선생님은 내게 물으셨다.

친정엄마도 만두를 빚으셨냐고 하며

돌아가신 자신의 시어머니 이야길 늘어놓으셨다.

그러게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고

이젠 점점 잊혀 가는 추억이 되는 거지.

선생님은 벌써 명절 음식에 고민이 되시나 보다.

내가 한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최고의 행복 아닐까?

근데, 선생님한테는 어쩜 스트레스 일지도 모르겠다.

선생님뿐 아니라 모든 여성의 스트레스 인지도 모르지.

가끔 명절날 여행 가고 하는 가족들 보면

그것도 이젠 이해가 가.


오후 유난히 따스한 날씨를 가르키며

선생님은 오랜만에 운동을 하자고 하셨다.

기분이 좋아져서 그런가?

발걸음 은 자꾸 빨라졌나 보다.

선생님은 그러신다.


"다음 일정이 있어요?"

"아니요."


내가 운동은 꽤 좋아하는가 보다.

긴 겨울 어떻게 참았을까?

선생님과 운동을 하게 되면서

주위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음 운동길은 위험하지 않은 길로 가야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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