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위로
토요일,
아빠가 외출 오시는 날이다.
그래서 주은이와 함께
장애인 콜을 불러 친정집을 향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아무도 없었다.
깔끔해진 집안은 맞지만
우리 둘이만 있을 뿐이었다.
오늘 아빠가 외출이 아니라 면회하신다는 걸까?
아무도 없어서 궁금한 나머지
주은이 보고 삼촌한테 전화해 보라고 했다.
그런데
통화 도중 엄마 목소리도 들린다.
엄마 아빠가 같이 외출을 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점심으로 김밥을 먹기 위해
오빠와 아빠가 같이 사러 간 모양이었다.
그런 둘째 오빠가 도착했다.
아빠가 먼저 들어오시고
나중에 엄마도 들어오셨다.
큰오빠가 모처럼 오셔
엄마 아빠가 같이 외출할 수 있으셨나 보다.
그렇게 같이 보게 되니 반갑고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아빠는 마음이 많이 안 좋아지신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아빠는
"빨리 죽어야 하는데 왜 이리 안 죽는지."
괴로워 하시며 투정을 부리셨다.
그때 옆에 계신 엄마는 그러신다.
"아버지, 애들한테 그런 말 하지마."
순간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정말 엄마가 하신 건가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치매이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하신다는 것이
듣고도 믿겨지질 않았다.
그것이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아빠도 깜짝 놀라신 모양이었다.
게다가 엄마는 식사도 잘하시는 모습 덕에
아빠도 옆에서 식사를 잘하시는듯 싶었다.
아빠는 말씀하신다.
"방문요양 센터장님이 면회와서
내게 신발을 사주셨어.
넘어지지 말라고 말하셨지."
하며 자랑을 하시고
요양원 생활해 조금씩 적응을 하시는지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해 주시기도 했다.
요양원 안 간다고,
아들 셋이나 있는데 창피하다 하시더니
그래도 현실을 받아들이신 걸까?
오후가 되고 아빠도
엄마의 씩씩함에 놀라 환하게 웃기도 하고
스스로 요양원으로 돌아갈 거라고 하신다.
그런 아빠의 용기가 너무나 고마웠다.
부족한 딸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게 너무 미안했는데
그래도 잘 적응하시는 것 같아 고마웠다.
주은이와 내가 집으로 돌아갈 때쯤,
아빠의 팔을 잡고
"아빠 다음 주 토요일 또 만나요"
라고 말하자 아빠도
"응"
하며 대답하신다.
어쩜 다행인 건가,
엄마랑 아빠가 요양원에 함께 계시니 말이지.
비록 같은 방에서 지내지는 않지만
한 건물 안에서 그래도 중간중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아빠도 안정을 찾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함께 하셨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