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토요일, 요양원에서 외출하기로 하셨다.
그래서 주은이와 함께 친정집을 갔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와 있지 않았다.
그래서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한참 보고 있을 때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같아서 "아빠" 하고 불러보는데
둘째 오빠와 아빠가 같이 오셨다.
오랜만에 만난 아빠,
너무나 반가웠는데
어떤 마음에 흔들려버린 걸까
갑자기 아빠는 울어버리셨다.
"나 이제 요양원 가지 않을 거야,
엄마도 데려올 거야."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셨다.
"아들 셋이나 있는데
요양원에 와 있냐고 손가락질 할까 봐 무서워"
그러게 아빠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아빠가 혼자 집에 계시는 건 너무 위험한 것이다.
식사를 혼자 챙기셔야 하고 약도 혼자 드셔야 하는데
그걸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엄마도 집에 와 계시면 더 버겁고 힘드실 건데
아빠는 그래도 무언가 속상한지 자꾸만 울으셨다.
아기가 되어버린 아빠를 늘 케어해야 했던
둘째 오빠 입장에서도 너무 버거웠을까?
역류성 식도염이라고 하니 말이지.
그런 오빠가 힘들어 보였다.
오빠는 말했다.
"아빠가 오늘 틀니 때문에
병원 가야 하는 날이라서 나왔어."
집에서 좀 쉬다가 다시
오빠는 아빠를 데리고 병원에 가셨다.
그 사이에 주은이와 나는 점심을 차려 먹고
기다리고 있을 때
병원에 갔던 아빠가 돌아오셨다.
바로 고칠 수 있는 틀니가 아니었나 보다.
결국 맡기고 오셨다.
주은이와 나는
아빠가 점심을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그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게 지역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부부가 한 방을 같이 쓸 수 있는 요양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빠가 너무 버거워하시는 것 같아 말이지.
집에 돌아와 다시 아빠에게 전화해 보았다.
"그래 좀 있으면 나 요양원 들어갈 거야"
그런 아빠가 안쓰럽긴 하다.
아빠 말씀대로
자식들과 같이 살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더 안쓰럽다.
그렇게 엄마의 빈자리도 느낀다.
이번에 엄마 아빠가 다 같이
외출 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다음 주에는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아빠가 요양원에서
적응을 잘하실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엄마는 치매이시다 보니
좋든 싫든 표현 없이 그냥 따르게 되는데
아빠는 그렇지 않으니까
더 아빠가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내 마음도 무거워진다.
아니 그런 아빠를 위해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미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