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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울지 마

아빠의 고백은 먹먹했다.

by 미뚜리

어느덧 2주가 흘렀다.

얼마 전, 큰오빠와 둘째 오빠, 부모님과 함께

점심으로 회를 먹었다.

원래 아빠는 회를 드시면 안 된다.

백혈병과 혈액암 때문에, 또한

연로해지시며 위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는 그런 회를 너무 좋아하셔서

형제들이 가끔 사 드리곤 했다.


그런데 아빠가 오랜만의 외출 이후

그만 코로나에 걸리셨다.

외출이 어려워진 상황.

그러고 보니

큰오빠는 멀리서 몸이 안 좋은데도

가족을 위해 왔지만, 그래서일까?

아픈 사람이 한 명, 또 한 명 늘어났다.

둘째 오빠는 독감에 걸렸고,

나도 감기 기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아빠는 그래도 자주 전화를 걸어주신다.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이번에 둘째 오빠가

아빠 휴대폰을 바꿔주셨는지,

아빠는 어린 아이처럼

새 휴대폰을 보며 기뻐하셨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그런데 아빠의 기침이 심하다.

아직 식사를 잘 못하시다가,

어느 날 점심으로 만둣국이 나왔고

아빠는 “너무 맛있다”며

처음으로 반 정도 드셨다.

기뻤다.


그러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내가 죽어도 너무 울지 마.

그래도 우리 딸이 제일 많이 울겠지.

용광로에 들어가면 금방 태워줘.

누구나 다 죽으니까,

그렇게 너무 울지 마.”


그 말은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빠가 많이 힘드신 걸까,

이 말이 마지막 인사인가,

두렵기도 하다.

아빠 덕분에 엄마도 요양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오실 수 있었는데,

만약 아빠가 먼저 가신다면

엄마는 더 외로워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지만,

엄마가 혼자 남게 될까 봐 가슴이 무겁다.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우리 주은이도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많이 의지하며 자랐다.

그때는 앞이 보이지 않았고, 희망도 없었다.

세월이 지나 이제 조금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도 많이 컸다.

그래서 늘 엄마·아빠에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


그렇기에 아빠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다.

혹시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나는 살짝 두렵다.

잠은 잘 주무실까?

밤마다 잠을 안 자고

돌아다니시는 버릇이 있으신가 본데

괜찮으실까?

늦어서야 억지로

새벽 2시에 잠든다고 하셨다.

누구나 수면 시간은 참 중요한데 말이지.


저번 주 토요일, 나는 가지 못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둘째 오빠 덕분에 외출하신 모양이다.

점심도 사 드셨다.

아빠가 말해주길,

나중에 요양원에 귀소하며 엄마가


“여기가 우리 집인데, 어디 가? 난 안 가.”


그렇게 말했다 하신다.

치매가 있으신 엄마의 인지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이어서 아빠가 나에게 말씀 하시길


“저거, 내가 기저귀만 갈아줄 수 있으면 집에서 내가 보겠는데…

내가 할멈보다 하루만 더 살아 지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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