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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뚜리 Oct 09. 2023

아빠의 생신

누군가는 상처가 될수도 있었던 말

아빠의 생신

나는 5월. 이맘때면 마음이 참 무겁다. 바로 아빠의 생신이 5월에 있다. 엄마도 아빠도 이젠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내가 잘사는 모습을 못 보여 드려 더 그렇다. 친정집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아빠는 늘 내 손에 만 원은 쥐여 주시곤 했다.

“아빠….”

“야야…. 택시 타고 가”

“아빠, 나 돈 있어.”

“그래도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만 원짜리가 아빠와 내 손을 몇 번이고 오고 갔다.

“괜찮은데…. 아빠도 엄마 때문에 많이 힘들잖아.”

“괜찮아….”

택시를 타고 가며 괜히 눈물이 나곤 했다.


엄마가 치매 걸리신 지 어느덧 14년 엄마 곁을 늘 지키는 아빠. 그런 아빠도 사실 결핵암이다유미. 두 분 다 자식들 보호는 받으실 나이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난 이맘때면 늘 몸과 마음이 무겁다. 3년 전 아빠 생신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사연은 이랬다.


큰 오빠가 사업하다 망해 빚이 많았다. 늙은 부모에게 부탁을 해보았지만 아빠 엄마에게도 여력이 없었다. 올케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원망했고 마지막에는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지며 이성까지 잃었다. 할아버지 생신은 축하해 드리기 위해 나도 주은이와 오랜만에 친정을 찾았다. 친정 분위기가 싸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자리는 지키고 있었을 때였다.


큰 올케언니가 밥상을 차려주며 말했다.

“TV 프로그램 봤어.”

얼마 전 tv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이야기였다. 어려운 가정을 돕는 프로그램에 내가 나오게 되었는데 우리 모습이 무척 불쌍해 보였다고 말했다.

“야~주은아. 엄마 힘들다고 너 연극 잘하더라. 아주 배우 해도 되겠어.”

난 그런 언니가 무서웠고 왜 화살은 주은이에게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아빠의 생신만큼은 참아 줘야지 꼭 그래야 했을까.

언니는 밥을 어렵사리 목으로 억지로 넘기고 있던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래서 그 방송 돈 얼마 나왔어?”

“500이요.”

“좋겠다.”

“(좋긴요…….)”

나는 속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올케언니는 계속 아픈 곳을 후벼팠다.

“아예 매달 도와주지.”

“아뇨……. 그건 한 번만 되는 거예요”

“왜……?”

“어려운 가정을 방송으로 도와주는 거니까요. 어려운 가정이 많으니까요.”

그제야. 잠잠해졌다. 주은이는 말없이 수저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엄마, 많이 먹어. 이거 맛있어. 이것도 먹어요.”

 

아빠의 생신이 있는 5월이면 되면 마음이 아프다. 아름다운 5월 하늘에 아빠 얼굴을 그려본다. 아빠, 미안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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