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그렇듯 또 저물어 간다.
그런 올해를 뒤돌아보니 나름 열심히 걸어왔던 그런 많은 추억들
늘 그렇듯 다가올 21일 날 합창으로 마무리하는 올해
참 열심히도 걸어왔다.
늦깎이 학교생활이 그러하고 또 점자 수업과 연극이 그러하다. 또한 글쓰기는 사실 시각 장애인으로는 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워낙 좋아하는 부분이다 보니 놓치긴 싫었던 그런 부분 그래서 난 더 열심히 도전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내년에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외길의 주인공이고 싶다.
올해는 아는 지인분 덕에 신춘문예 장애인 행사도 참석할 수 있었다.단지라 아쉬운 건 시 강의를 놓쳐 버린 게 아쉽지만 색다른 추억은 큰 감동이었다.
내게도 가능한 게 있었나 싶었던 건 바로 그림을 그릴 때였다.
실로 나름 그림을 표현해 보고 그 실을 따라 내가 원하는 색을 손으로 그려 보았다.
깔끔하게 색칠하긴 어려운 부분이란 걸 알면서도 내내 흥분이 가시질 못했던 나만의 그림,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혼자는 웃는 나를 발견한다. 어릴 때의 내 모습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럴 적마다. 난 아빠의 추억이 늘 떠오른다. 국민학교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려던 찰나였다.
그날도 난 머리맡에. 양말 한 짝을 걸고 잠을 잤다. 얼마쯤 잤을까? 갑자기 마려운 소변에 잠이 깨고 말았다.
윗목에 있는 요강을 향해 가려고 눈을 부스스 뜰 때쯤 아빠는 상위에 흰 종이를 올려놓고 무언가 열심히 적고 계셨다.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일까? 난 다시 잠이 들어버리던 아랫목의 따스함
다음날 아침이었다.
양말 속엔 편지와 용돈이 들어 있었다.
그때 알았다. 글씨체가 가 아빠라는 것을 처음 발견하고 약간의 당황과 실망감과 고마움이 한배로 노를 저었다.
그때부터일까? 난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릴까 기다리게 되는 마음, 그런 마음 성인이 되어도 왜그런지 사라지질 못했다. 아니 그런 예쁜 추억이 되어준 아빠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던 아빠가 세월에 당신 몸도 버거운. 암과의 다툼인데 치매인 엄마를 늘 보살피신다. 그런 아빠가 너무나 멋지고
많이 사랑한다. 아니 오래오래 두 분이 함께 되시길 두 손 모아보는 나의 기도이다.
친구 결혼식을 따라갔다가 만난 오빠
우린 눈이 펑펑 오던 때 첫 만남을 가졌다.
그 추운 날 명동을 몇 바퀴나 돌아도. 너무나 좋았던 그때
거리는 김종환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사랑으로 그리고 존재의 이유 지금도 이 노래는 들을 적마다 그때가 문득 기억난다. 헤어지기 싫어했던 그 시절 결국 새벽이 되어서야 나를 바려다 주고 오빠는 늘 혼자 집에 갔다. 그때는 전화도 흔하지 않던 삐삐 시대
매일 늦는 딸 걱정에 아빠는 삐삐를 채워 주셨고 10시가 넘지 못하게 불이 나게 울리던 삐삐
그 바람에 친구들과 만나도 오래 만나는 건 안되었고 늘 먼저 그 자리는 일어나야만 했었다.
그렇게 1년이 되고 2년이 될 때쯤 부모님께 인사하자는 약속이 서로 되었다.
그러나 아빠는 강국이 반대했다.
이유는 같이 유 씨라는 이유였고 또 오빠들이 아무도 장가 안 갔기 때문 우린 인연이 아니었을까? 결국 헤어져야 했었다.
그때 마음먹었다.
죽어도 결혼은 안 한다고 말이지 친한 친구와 맹새하며 우린 우정을 다졌는데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을 하였고 마지막 친구마저 등을 돌렸다.
그때는 그 친구들이 너무나 밉더니 가끔은. 보고싶어 진다.
한 장 사이에 해가 바뀌고 나이 한살이 바뀐다. 어느덧 52살
어릴 땐. 그 나이는 어마어마한 나이라 생각했는데 그 나이가 내 나이가 되었다.
젊어서는 세월 빠름이 그리 느껴지지 않더니 나이 드니 세월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르는 세월. 지나온 세월을 위로하며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스스로 하는 칭찬.
그 사이에 주은 아빠도 철들은 건지 아니면 다른 꿍꿍인지 모를 친절함에 가끔 어색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
병이 깊어지고 빚에 쫓기던 그때와는 사뭇 다른 좋아진 모습에
지금은 그 어떤 바램도 사라진다. 지금의 이 모습은 너무나 만족이고 나름 행복하기 때문.
무엇보다 올해는 뜻하지 않게 브런치도 되어 더 행복한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싶은 소망
돌아오는 금요일은 녹음하러 서울로 간다.
여름 내내. 장애인 글쓰기 했던 소소한 일상들, 그런 일상들이 내겐 있었기에 더욱 보람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