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뚜리 Nov 13. 2023

김장 날

미안한 하루가 되었다.

유난히 비가 많던 올해

가을의 낭만은 그 덕에 더 짧게만 지나간 기분 같다. 결국 비에 바람에 낙엽을 모두 떨구고 남은 앙상한 가지가 더 쓸쓸해 보이고 더 추워도 보인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시점

해마다 그쯤이면, 추위도 한마음 되는 듯

싶어 안타깝다.

아이들 긴장되는 마음이 더 커질까 봐


전화가 왔다.

"아버지야..."

"네~ 아버지.

"오늘 우리 김장한다."

"그래요."

"올 수 있지...?"

한참을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아버지 나 요즘 장애인 연극해요."

힘없이 아버지는 대답하셨다.

"알았어."

얼마쯤 지났을까 속상하신 건지.

"언니 혼자 김치 한다."

"죄송해요, 도움이 안 돼서요."


주은이와 오전엔 물리치료.

온몸에 편안함을 얻는 기분 같다.

저번에 양평 사우나 갈 때도 사고 났던 내 왼발의 행복

얼마나 좋은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커피 마시며 봄내콜을 기다리고

아이는 과제하고

합창공연할 노래 듣고 여유로운 시간

봄내콜이 왔다.



집에는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나는 기다린다.

점자 보강 말이지.

약속 시간이 됐는데 오질 않는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네~ 점자 000예요. 1시 45분 도착 시간이래요."

"조심히 오세요."

"네"

'딩동'드디어 오셨다.

보름 동안 던 '점자 수업' 하루 못 간 걸 보강하러 오신 거다.

우린 시작하자 처음 배운 부분부터 배운 데까지 열심히 하였다.

쉬지 않고 2시간이 넘자 조금씩 지쳐오고 손끝마저 흔들리던 판단

근방 눈치는 채신 모양이다.

잘하시더니 왜 그러냐는 거였다.

그러게....!

한참 돼서야 안도의 한숨

드디어 끝났다.

힘들었지만 마무리가 잘 돼서 행복한 순간

다시 봄내콜을 부르자.

감독님 기다리시는듯하다.

역시 멀리서 잡힌 봄내콜은 내 마음 알긴 이미 틀렸다.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동작 활동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몸을 움직이며 끈이 되어 자유롭게 휘날리던 기분 같았었다.

늘어 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고무줄 같았다고도 해야 할까?

짧은 시간이라 아쉬웠다.


하루가 너무 피곤하고 지친 마음, 너무 배고프다. 그러고 보니 우린 저녁도 못 먹었다.

그나저나 오늘 혼자 김장을 담그신 우리  내 올케언니한테 괜히 미안해진다.


우린 늘 가던 식당을 향했다.

새우볶음밥, 스파게티, 피자를 시켜 먹었다.

너무 배고픈 상태에서 먹은 지라 순식간에 다 해치울 수 있었다.


전화가 왔다.

"집에는 왔나요?"

"아직 밖이에요."

"김치 식탁에 놓았어요."

"고마워요. 언니 오늘 같이 못해서 미안해요."

다음에 시간 내서 우리 사우나 다녀와요."

"그래요."


이후 전화가 다시 왔다.

"고모~집에 갔지? 김치 질 먹어. 고기도 챙겼어."

지친 몸에 다시 봄내콜 불러 집에 왔다.

잘했다. 오늘도 잘 보냈다. 너무 지친다.

얼른 씻고 자야겠다.

내일도 교회 갔다가

다시 연극하러 가야 하니 말이지.

그래도 점자 끝나니

마음은 후련해.

그때 교통비 주신다더니 정말인가 봐.

30만 원이라네...


오늘 하루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보람된 하루였던 것 같다.


내일은 위해.... 꿈나라 길.

작가의 이전글 가을이 물들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