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뚜리 Dec 28. 2023

겨울방학 여행길

모녀가 서울 가던 날

모녀의 약속이 방학 동안 이루어졌다.

지금도 난 기억한다.

년 겨울방학 때도 같이 속초로 다녀오던 그때의 생각.

그런 올해는 서울로 향한다.

봄내 콜택시를 불러 춘천역으로 우린 행한다.

얼마 전 아이는 이미 호텔도 예약했고 어디에 갈지 계획을 잡고 있었나 보다.

그 덕에 너무도 행복한 엄마, 그러나

날씨가 제법 추웠다.

전철을 기다리기 위해 따스한 차를 서로 마시기로 했다.


"엄마. 뭐 마실 거야..."

"율무차."

"어 근데 자판기에 점자가 있네 여기 한번 만져봐"

"어머 정말이네 신기하다."

"그지..."

"응"


좋아하는 율무차를 뽑아 먹으며 그렇게 추위를 달랬다.

드디어 전철이 도착.

긴 시간 동안 난 소설 소리 책에 푹 빠져 갔다. 먼저 읽던 책은 수궁 이야기였다면, 지금 듣는 책은 절대검감 이라는 소설책이다.

내가 정확히 이해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반복으로 이해하려 하고 조금은 기도 했던 내용.

왜냐면 수궁도 그랬지만 어떤 상상 속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기 때문이다.


수궁의 경우는 심장이 없는 상태지만 남이 내 몸에 들어가 사는 이야기라면 절대검감은 죽은 자와 산자의 대화가 가능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혼자 상상의 나래 펼칠 때쯤 드디어 우리 모녀는 서울 용산역에 도착했다.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목적지인 '코엑스'.

복잡하고 사람 많고, 서울이라는 실감을 느낄 때 주은이는 열심히 지도를 보고 곳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우리는 식당 하나를 발견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엄마. 뭐 먹을 거야"

메뉴를 쭉 읽어준다.

"응. 난 옹심이 도우미 쌤이랑 얼마 전 같이 먹었는데 맛있더라고."

"그래, 그럼 난 보쌈정식"


배불리 먹고 나니 피곤함도 잊고 에너지 충전도 되고 행복한 모녀는 구석구석 상가를 들려 구경을 하다가 눈이 그만 휘둥그레 해진다.

정확한 건 모르지만 무언가 책 같은 게 많다는 걸 느꼈고, 어마어마하고 화려한 황금 리.

우리 모녀는 열심히 추억을 담았다.

커피 생각이 날 때쯤 주은이는 커피숍을 찾았고 좋아하는 달달한 커피의 향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예전엔 책이라면 너무도좋아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볼 엄두를 못내는 내 모습에 그냥  아쉬워 지는 나의 그리움.


얼마쯤 시간은 흘렀을까?

벌써 3시는 되었고 호텔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도 어느덧 되었다.

우리는 지친 마음에 호텔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참 재밌는 현상이 보인다.

체크인이 대개가 1층에 있지 않나, 이 호텔은 21층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묵을 방은 12층이었다.

어두컴컴한 호텔이지만 들어서자 우린 짐을 풀기 시작했고,

족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아 했다.

너무나 시원했다.

그때 정신 건강 센터에서도 족욕하러 양평에 갔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피곤함이 싹 가시는 것 같았다.

우린 얼마나 쉬었을까 슬슬 배도 고파 왔다. 그래서 다시 거리로 나왔고 구경하다가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너무나 맛있었다.

그리고 많이 지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덜 지친 게 오히려 고마웠다.

이는 연달아 지도를 보며 찾아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고, 그런 주은이가 너무나 대견했다.

저녁에 있는 공연도 보려고 했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쉬면서 내일의 계획을 세운다.


다음날 아침 서울에 온 김에 '아름다운가게'도 구경하고 싶었다. 호텔에서 아침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창밖은 밤새 눈이 왔었나 보다. 결국 우리는 포기하고 다음에 서울에 놀러올 때 구경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 우린 춘천으로 다시 돌아올 계획을 세우면서 말이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전철을 두 번 갈아타고 용산역으로 다시 왔다.

근데 참 이상하지 점심때 햄버거를 먹었었는데 결국 속이 안 좋아 난 다 토해내고 말았다.

그제야 후회가 되었다 차라리 밥을 먹을 걸 그랬나 보다.

그래도 올 크리스마스이브는 딸과의 여행이 너무나 행복했다.

마지막 코스인 용산역에서 천 오는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피곤함은 어쩔 수 없었는지 계속 졸다가 우린 왔다.

드디어 춘천이다.

그러한 춘천은 눈이 안 왔었나 보다 피곤한 만큼 보람찬 여행이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다.

다음번에도 또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밀린 빨래를 돌렸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우리 모녀예배를 드렸다.

눈이 오는 날이라서 그런가 더 설레고 기뻤다.


 메리 크리스마스


작가의 이전글 한장속의 많은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