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둘러앉네 이 늦은 밤을 맞이하려고
하현상이라는 가수를 좋아한다. 그의 첫 음반에는 ‘Koh Samed’이라는 트랙이 실려있는데, 이 노래를 듣고 언젠가 코사멧에 가고 싶어졌다.
돈뎃에서 방콕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린다. 방콕에서 코사멧까지는 지하철까지 포함해서 5시간이 넘게 걸렸다.
전 날 팍세, 우본라차타니를 거쳐 도착한 방콕 숙소에서 몸만 씻고 바로 콘서트에 다녀온 탓에 몸이 찌뿌둥했다. 아침에 일찍 나서려고 했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인터넷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분명 오전 11시에 버스가 있다고 해서 10시 반쯤 도착했는데 버스는 2시에 출발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는 수 없이 근처 카페에서 3시간을 때우다가 터미널에 갔는데
동남아에서는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는 게 다반사이긴 했지만 지금껏 다니면서 예고 없이 한 시간이나 늦게 온 적은 없었다. 정류장엔 온통 태국어뿐이었고 나는 혹여나 플랫폼을 착각했나 하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지만 이 플랫폼이 맞으니 기다리라는 이야기만 했다.
2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3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버스. 거의 4시가 다 된 시간에 도착했다. 코사멧으로 가는 버스는 평일엔 롯두, 주말에는 빅버스로 운행된다고 했다. 나는 평일에 갔기 때문에 롯드를 탔는데 하필이면 맨 뒤 고장 난 좌석에 앉는 바람에 가는 내내 90도 직각으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8시가 다 되어서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라용 보트 터미널에서 코사멧으로 가는 방법은 스피드보트와 일반 보트 두 가지인데, 늦게 도착한 바람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뿐더러 가격을 더 많이 받았다. 심지어 왕복 티켓으로만 살 수 있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티켓을 샀다.
9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한 코사멧 선착장
멀리서 코사멧이라는 글자가 보였을 때 아, 진짜 코사멧에 왔구나, 그렇게 오고 싶었던 섬에 왔구나 싶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구글지도에 10분도 안 걸린다고 나와 혼자 걷기 시작했다. 짐이 무거워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먼 길이었다.
다른 여행자들은 툭툭를 타고 안 쪽에 있는 리조트로 가는 듯했다. 그도 그런 것이 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가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이 있었다.
나중에 코사멧에서 만난 한 언니가 말해줬는데 방콕에 사는 부자들이 코사멧 섬 안 쪽에 별장을 짓고 드나든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이 놈의 일찍 일어나는 버릇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다. 오늘도 눈을 빨리 떴다. 일단 바다에 가보자며 싸이께 우비치에 갔다 왔다. 엄청나게 특별한 것 없이 그냥 관광지의 바다였다.
이미 반절 정도 읽은 책, 코사멧에서 이 책을 끝내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점심이 지난 후 숙소에 돌아왔을 때 숙소 스태프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스태프의 딸인지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가 엄마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인사를 건네니 처음엔 부끄러워서 도망을 다녔다. 이 아이의 이름은 미미, 내 코사멧의 기억을 만들어준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