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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Aug 03. 2023

구스띠모 세계여행 ⎮ 외딴섬 로맨틱

라오스, 돈뎃

돈뎃 템플파티 날 아침, 나는 여느 때처럼 제이네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혼자 앉아있던 내 옆으로 웬 히피스러운 모습을 한 남자와 좀 어려 보이는 남자가 앉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당시에 이 사람들이라면 영어회화를 연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나는 이들과 대화를 시도했었다.

제임스 / 이그나시오

내가 앞서 말한 히피스러운 남자가 사진 상 왼쪽에 있는 제임스, 어려 보이는 남자는 오른쪽에 있는 이그나시오였다. 제임스는 영국, 이그나시오는 칠레에서 왔다고 했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보통의 여행자들처럼 어디서 왔니, 얼마나 여행하니, 여기 다음에 어디 가니 처럼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남미는 내가 가장 가보고 싶어 하던 여행지였다. 이그나시오 옆에 브라질 친구 한 명이 앉았는데, 나는 뜬금없이 내 남미 사랑에 대해 고백했다. 

"나 너희 나라 문화가 너무 부럽고 자연환경도 너무 부러워. 나도 남미에서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


"알아 우리도 남미 자연이 너무 좋아. 그리고 나도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좋아해."


본인들의 문화를 저렇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러웠다. 그리고 나는 어릴 때부터 볼리비아에 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보는 게 꿈이었는데, 한 때는 거기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더니 미쳤냐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릉 안반데기에서 죽고 싶다는 소리로 들리려나...?


"한국에서는 그런 쏟아지는 별을 볼 수가 없어서 죽고 싶었다는 거야! 물론 지금은 아니고."


라며 급하게 주제를 무마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본 라틴아메리카 여행 스토리를 들려주었고, 브라질 친구는 히치하이킹을 하다가 자기도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다며 히치하이킹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문득 남미에서 케이팝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생각이 나 이그나시오에게 물어보았다.


"진짜 남미에서 방탄소년단이 그렇게 인기가 많아? 나 작년에 걔네 콘서트에서 일했는데 남미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어. 한국인들보다 남미 사람이 더 많던데"


내가 질문을 하자 이그나시오는 칠레에 케이팝스타일의 그룹도 데뷔하고 있다며, 정말 인기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본인은 별로 케이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케이팝 아티스트를 트레이닝하는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답했는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이 이런 대답을 하는 게 재밌고 신기하게 느껴져서 괜히 그와 친해져 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화를 30분 이상 하면 내 머릿속 영어 번역기가 오작동을 해버리는 바람에 나는 피곤해서 이만 숙소에 가보겠다고 했다. 내심 보트트립에 이그나시오가 오길 바랐는데 웬 프랑스 사람들만 잔뜩 온 걸 본 나는 속으로 '연락처라도 받아놓을 걸'하며 약간의 후회를 했다.



보트트립이 끝난 밤, 나는 템플파티에 갔을 때도 다른 여행자들과 뛰어노는 와중에 이그나시오를 찾고 있었다.

한참을 찾아도 안보이더니. 슬쩍 옆을 돌아봤는데 웬 베이비파마를 한 남자가 혼자 춤을 추고 있었다.

여기서 베이비파마한 남자를 별로 본 적이 없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보니 이그나시오가 맞았다.


너무 반가웠다. 나를 못 알아보면 어쩌지? 하는 마음 반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치고 나 아침에 만났던 걔!라고 말을 걸었다. 노랫소리가 시끄러워서였는지 나를 못 알아본 건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인사만 했다. 

살짝 의기소침해진 나는 그에게서 한 발짝 멀어져 다른 친구들과 놀기로 했다. 


그리고 각국의 여행자들과 락밴드 무대를 보면서 뛰어놀고 있었는데 누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이그나시오였다.


같이 맥주를 더 사러 가자는 말이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 아무래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는 게 가장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밤새 춤을 추고, 돈뎃에서 이틀을 함께 보냈다. 이그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음악과 영화였다. 자기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며 유명한 한국 영화들도 다 보았다는 말에 사람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올드보이, 옥자, 기생충, 설국열차, 마더 등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는 이그의 말에 '아, 저 감독님들이 진짜 많이 유명하긴 하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내 왼쪽 팔에는 'Abbey road' 앨범 속 비틀즈의 타투가 있다. 나보고 비틀스를 좋아하냐 묻는 이그에게 "'Abbey road'가 내 최애앨범인데, 혹시 너도 비틀즈 좋아해?"라고 물었다. 이그의 최애 앨범도 'Abbey road'였다. 자신이 어릴 때 엄마가 집에서 이 앨범을 자주 틀어놓으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비틀즈의 'Abbey road' 앨범에서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트랙을 틀어놓고 한참을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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