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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Jul 18. 2023

구스띠모 세계여행 ⎮
7천원짜리 보트여행과 절 파티

돈뎃, 라오스


원래 나의 여행계획은 돈뎃에서 3박4일을 보낸 후 태국 빠이와 치앙마이에 가는 것이었다.

돈뎃에서 정확히 3일을 보낸 후, 돈뎃이 너무 좋아 이미 예약해둔 기차와 숙소를 모두 취소하고, 방콕에 가기 전까지 돈뎃에 일주일동안 머물기로 했다. 역시 동남아 여행은 뭐든 예약하고 오는 게 아니다. 


돈뎃에서는 특별하게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스프링롤을 먹고, 잠깐 자전거를 타거나 책을 읽다가 제이의 커피샵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낮잠을 자고, 기타가 있는 친구네 레스토랑에 놀러가서 기타치고 놀다가 저녁을 먹고, 비어라오를 원없이 마시고. 그게 끝이었다.

이건 여담이지만 돈뎃의 스프링롤이 너무 맛있어서 거의 5일동안 스프링롤만 먹었다.




밥먹다가 만난 미카라는 스위스 친구는 돈뎃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카와 돈뎃에 사는 프랑스인들 (이들을 '돈뎃크루'라고 부른다.)이 주최하는 보트트립에 오라고 했다. 비용은 한국 돈으로 약 7천원. 안 갈 이유가 없었다.


나는 보트트립이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한껏 했지만 막상 보트를 타기 전 모였던 레스토랑에서는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더 많이 들렸다. 그러했다. 이 보트트립에 가는 사람들 중 90%는 프랑스인이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긴 어색하고, 그렇다고 그들도 먼저 말 걸어주지 않는 나 혼자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보트를 탔고, 우리는 시판돈 중 하나의 섬에 도착을 했다.

작은 해변가 같았던 곳에 내리자마자 사람들은 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나는 튜브에 앉아 둥둥 떠서 그냥 사람들을 구경하기로 했다. 진짜 심심했는데 그나마 나한테 호기심있어 보이는(?) 프랑스 웬 남자애가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걔도 프랑스에서 포토그래퍼란다. 나랑 같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며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온 라울이라는 친구는 갑자기 멕시코에 오면 사람들도 다 너를 좋아할 거라며 멕시코 홍보를 했다. 근데 덕분에 멕시코에 가고싶어졌다. 

Raul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았다.

갑자기 보트 끄트머리에 각자 자리를 잡더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본인들만의 콘서트를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재밌었다. 특히 이 사진 속에 있는 친구는 정말 혼이 나간 것처럼 춤을 췄는데 진심으로 내일이 없어보였다. 그만큼 재밌어보여서 나도 같이 놀고 싶었다.


이만큼 놀았으면 지쳤겠지... 싶었지만, 이 날 밤에 있던 템플파티에서는 아예 무대로 올라가 미친듯이 춤을 췄다.










다시 돈뎃으로 돌아와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절에서 파티가 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절에서 파티가 웬 말이야'싶었지만, 진짜 파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파티를 즐기려고 카메라도 놓고 갔건만 이건 무조건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아까 봤던 프랑스가이였다. 한층 더 미쳐보이는(?) 모습으로 무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맨정신인 상태로 저 사람들과 같이 뛰어놀 자신이 없었기에 무대 뒷편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앨리스라는 친구가 나를 스테이지쪽으로 끌고 가서 어느순간부터 같이 뛰어놀고 있었다.

Alice


돈뎃에서, 아니 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오랫동안 박혀있을 하루일 것이다. 절 파티라니. '절'이라는 단어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파티'라는 단어가 맞물려 정말 절에서 파티를 했다. 그리고 정작 라오스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무대를 가만히 보기만 하고 스테이지 앞에서 사진처럼 노는 사람들은 온통 여행자들 뿐이었다.

누구를 위한 파티였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모두가 즐거운 파티였을 것이다. 


그리고 절의 노랫소리는 새벽 5시까지 돈뎃의 온 마을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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