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틀에 갇혀 있을까
다이어트를 한다고 선언한 딸의 점심 도시락.
반찬은 샐러드에 밥은 작은 주먹밥 하나.
나야 도시락 싸는 시간이 단축되어 너무 편하지만
이걸로 저녁도 안 먹고 버틴다고?
한창 먹을 시기와
한창 외모에 신경 쓸 시기가 겹쳐서 참 힘들겠다 싶다.
걱정이 돼서 말리면 더더욱 기를 쓰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것 같아 지켜보고 있지만
가능하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내 욕심만 한 크기의 큼지막한 주먹밥을 만들어 보냈다.
그랬더니 어젠 쪼르르 오더니 주먹밥이 너무 크다고
유치원 때 쓰던 주먹밥 케이스에 넣어달라 한다.
주먹밥 케이스.... 버린 것 같은데.... 하고 뒤적거려 보니
정리정돈 안 하는 버릇이 좋을 때도 있다.
찬장 구석에 주먹밥 케이스가 두 개 쪼그리고 앉아 있다.
핑크와 노랑.
유치원 때도 두 개를 싸가지고 다녔는데
이젠 하나로 충분하다고 한다.
유치원 때보다 몸은 두 배가 되었는데
먹는 양은 반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주먹밥을 만든다.
내 욕심만 한 주먹밥의 반도 안 되는 양의 밥을 퍼서 만든다.
주먹밥을 케이스에 넣어 본다.
꼭꼭 눌러서 케이스 뚜껑을 닫으려고 하니 도저히 안 닫힌다.
꾸이이잉..... 입을 앙 다물고
어떻게든 밥을 덜지 않고 뚜껑을 닫고 싶은데 좀처럼 안 닫힌다.
포기하고 랩을 다시 열어 밥을 조금 덜어 낸다.
덜어 내고 나서야 겨우 닫힌다.
후우.... 하고 안심한다.
한 입에 톡 털어놓으면 간에 기별도 안 갈 아기 주먹만 한 주먹밥.
물끄러미 주먹밥 케이스를 보고 있자니 서글퍼진다.
딸아이도 가여워진다.
밥을 주먹밥 케이스에 꽉꽉 눌러 억지로 집어넣는 것처럼
난 뭔가 보이지 않는 틀에 아이들을
꽉꽉 눌러 맞추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딸아이도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어떤 아름다움의 틀에
자기를 꽉꽉 눌러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틀에 억지로라도 맞춰졌을 때
후우.... 하고 안심할 나 자신과 딸아이를 생각하니
더더욱
서글프고 가엾다.
주먹밥 케이스에 들어가지 못한 채 남겨져 있는 밥알들이 애처롭다.
우리 딸아이가 다이어트로 잃게 될 뽀송뽀송한 젖살들이 애처롭다.
나도, 그리고 당신도,
어쩌면 우린 지금 어떤 틀(frame)에 갇혀 숨 가빠하고 있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