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사랑 대신 의리

義理, 말하지 않아도 알아

by 혜준

오늘은 학교 행사가 있어서 아들 학교에 갔다.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미소와 함께 키트컷 하나를 살짝 건네며

"오늘 밸런타인데이~"라고 한다.


"앗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원래 기념일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세월과 함께 점점 더 무뎌지고 있는 것 같다.

부모님 생신과 아이들 생일, 제사 정도는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 있는데

그 외의 결혼기념일이나 남편 생일, 내 생일은 깜빡하기 일쑤이다.


연애 때부터 그렇게 서로 알콩달콩, 꽁냥꽁냥한(나도 이 말 한번 꼭 써 보고 싶었다)

그대와 내가 아니라서 우린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다.

아니, 조금 포장해서 쿨하게 살고 있다.

서로 감정표현은 물론 애정표현이 서투르지만

이젠 "저... 저...."라고만 해도

"아항.... 이거?"라고

뭘 원하는지, 어떤 상태인지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대충 알아보는 그대와 나.


정말 꼴도 보기 싫게 밉다가도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고

기쁘거나 힘들 땐 제일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니

무슨 이런 관계가 있나.... 싶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말은 서로 해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생각만 해도 근질거린다.

하지만 믿음과 의리는 확실히 느낀다. 우린 의형제인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 언설들이 있지만

밸런타인데이 특집으로다가 너도 딱 한 가지만 떠들어 보라고 기회를 주신다면

결혼이건 연애건 나에게 뭔가를 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해 주고 싶은 사람인지,

그걸 한 번쯤은 냉정히 생각해 볼 것.

그리고 사귀거나 결혼 생활을 할 때에는

혹시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할걸...." 하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솔직하고 열렬하게 자기감정을 표현할 것.

(표현방법은 자유롭게 내 방식대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초콜릿 하나 사가지고 갈까....? 하다가

결국 내가 혼자 다 먹고 살만 찔 것 같아서

의리로 아이들도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슈크림만 한가득 사가지고 왔다.



다음 달 3월 14일 화이트데이엔 잊어버리지 말고

그대에게 사탕 좀 사 달라고 땡깡 부리면

부스럭부스럭 호주머니에 있는 목캔디를 하나 꺼내 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