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이 되어 주는 사람
남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다는 소식을 어두운 얼굴로 전했다.
난 정치나 외교,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단지,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처참하고 두렵고 불안할까....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는 영상과 스피커로 들리는 보도로는
그 처참함과 두려움과 불안을 간접적으로밖에 느낄 수 없다.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나의 빈약한 상상력과 무력함에
마음이 많이 무겁고 불편하다.
그리고 이런 싸구려 감상조차 부끄럽다.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처참함과 두려움과 불안이 되살아난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동일본 대지진.
외출에서 돌아와 3개월 된 아들을 아기띠에서 막 내려놓으려고 할 때였다.
그 거대한 흔들림이 시작된 것은...
1971년에 지어진 11층 아파트 9층의 우리는 그 거대한 흔들림에 속수무책이었다.
집 전체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책장이 전부 넘어져 책이 바닥에 흩어지고
냉장고 문이 열려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스레인지 위에 큰 솥 가득 끓여 놓았던 미역국이 바닥에 뒹굴었다.
남편은 내 가슴에 꼭 안겨 있는 아들과 날 거실 소파 구석에 앉히고
천장이 내려앉을 걸 대비해 우리를 우산처럼 위에서 지켜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미소도 잊지 않은 채.
그 미소를 보면서 처음으로 죽음이 내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보고 있으니 두렵지 않았다.
흔들림이 멈추고 나서 우리가 살아있음에 대한 안도와 감사는
시커멓고 음험한 괴물 같은 쓰나미가 순식간에 쓸어가 버렸다.
수많은 사람이 너무나 빠르고 가볍게 쓸려가고 남은 자리에는
남은 자의 공포와 죄책감과 무력감만이 남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함께 고통과 아픔을 견디는 것 밖에는.
아기들을 핑계로 도망치거나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나라와 민족 같은 허구의 개념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의 부모와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참기 힘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고통과 불안 속에 또 얼마나 외로울까.
간절히 기도해 본다.
부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하더라도
괜찮아, 괜찮아.... 미소를 잊지 않은 채
서로가 서로의 우산이 되어
어떤 고통과 불안과 외로움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가족과 친구가 곁에서 함께하기를.
오늘부터 3월의 시작이다.
2011년 3월 11일 이후, 난 봄을 벚꽃 만개한 아름다운 계절로만 느낄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