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19코스
간단하게 업로드하고 잠시 스쳐가는 15초짜리 영상에 찌들어져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보니 길지도 않은 글을 한번 적어보려는 것도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바지런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떨어져 나를 보면 한없이 게으른 나를 보게 되니.. 매번 실수하는 하루를 살고 있네요 ~
오래간만에 쉬는 날이라 노트북을 열어 곧 다시 걸으러 갈 겨울의 제주를 상상하며 지난 발걸음을 떠올려봅니다.
0. 비는 일정에 급하게 비행기를 티켓팅하고 내려간 제주도.
가을로 넘어가는 달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제주도는 많이 더웠기에 올레길을 걷기 위한 복장은 크게 바꾸지 않고 준비하여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여 오전 9시 50분 정도에 제주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두 개의 코스를 이틀에 걸쳐 걸어볼 예정이라 내심 걸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나의 발목을 잠시 걸어 잠갔지만 뭐든 걷기 시작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급행버스에 올라 18코스의 마지막, 그리고 19코스의 시작점인 "조천 만세동산"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곧곧에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많이 남아있지만 제주 올레길에도 그 상처들이 많이 남아있어 그 슬픔을 따라 걷게 되는 곳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 시절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해 보면 절로 지금의 내 삶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며 걷게 되는 시간들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주 올레 안내소에 도착 후 올레지기분께 올레이야기도 듣고 요샌 제주도 근황 그리고 맛집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1. 18코스의 끝 그리고 19 코스의 시작 "조천 만세동산"
조천읍 조천리에 있는 곳으로 제주 3대 항일운동 중 하나인 "조천 만세운동"이 전개되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분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애국선열 추모탑"과 만세운동의 뜻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세워진 "3.1 독립운동 기념탑"이 있습니다.
기념탑의 벽면에는 돌을 깎아 만든 벽화가 있는데 어떻게 애국운동을 준비하고 하셨는지에 대해 새겨져 있어서 보기에도 편했고 그날의 아픔이 더욱 느껴지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사관도 따로 있는데 이곳은 다음에 시간을 따로 내어 들려보기로 하고 올레길을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2. 관곶 (2km)
제주 조천읍 신흥리에 있는 관곶은 일몰 명소로 알려진 관광지이며 이곳은 제주에서 해남 땅끝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며 조천관 시대에 조천포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곶이라는 뜻으로 관곶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종종 제주의 울돌목이라고 비유되는데 지나가는 배가 뒤집어질 정도로 파도가 거센 곳이기는 하지만 조망이 아름답고 바다로 지는 노을을 볼 수 있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어서 저도 처음으로 알게 된 제주의 숨은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몰이 있을 때는 일몰이 주는 색감과 관곶이 가진 특유의 흙빛 그리고 현무암의 색깔이 더욱 분위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도 하며 낮에 해가 좋을 때는 파아란 하늘 아래 놓여 있는 관곶이 정말이지 AI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포인트입니다.
그 바로 옆 문어라면을 파는 가게가 있는데 그곳에서도 일몰을 정면으로 볼 수 있으니 겸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추억거리가 될 거 같습니다.
-관곶의 "문개항아리"를 따라 돌면 "전망대"가 있고 그 길을 돌아 걸어보면 다시 올레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레길은 재미있는 게 가끔 길을 잃게 만들어서.. 오랜 시간 걷다 보면 아무 생각 없이 걷게 되는데 그걸 미연에 방지시켜줍니다.
19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지금도 그 여운이 남아있는 곳이 바로 관곶을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곳인데..
작은 언덕에 있는 오솔길.. 그리고 펼쳐진 파아란 하늘아래 하얀 등대 하나.. 순간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어요.
그리고 그곳을 내가 걷고 있다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길이었습니다.
3. 신흥리 백사장 (3.4km)
수심이 얕고 물색이 좋아서 가족단위 그리고 연인끼리 많이 오는 곳인 거 같습니다.
물때 (간조)를 맞춰서 간다면 거의 반대편까지 걸어가도 될 정도로 수심이 얕은 곳이고 스노클링을 즐기기에 좋은 곳입니다. 실제로 저도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가서 스노클링도 하고 선탠도 했는데 9월 말의 제주공기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적당한 더움과 적당한 따사로운 햇빛, 그리고 맑은 바닷물까지~
이곳에는 옛날부터 전해져 오고 마을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져 있는 방사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마을의 액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방사탑이 있습니다. 제주 전 지역에 분포되어있다고 하며 남쪽과 북쪽의 어느 곳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거 같습니다.
이탑은 마을의 어느 한 방위에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거나 어느 한 지형의 기가 허한 곳에 마을애서 공동으로 쌓아 올린 돌탑(현무암)으로, 부정과 악의 출입을 막아 마을을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탑으로 민속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작은 올레길들을 지나고 풀과 언덕들이 드리워진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매일 보는 높은 건물들과 의미 없는 주변소리들 그리고 퇴색되어 버린 것 같은 색채들이 여기서는 다시 살아나는듯한 기분이 들고 뭔가 응어리져있는 마음 한편도 시원하게 내려가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 같습니다.
4. 함덕 해수욕장 (6.3km)
작고 고불고불한 길들을 지나 다시 큰길과 만나게 되면 우리나라사람들에게도 유명하고 외국인들에게도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함덕해수욕장"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 인프라가 잘되어있고 넓은 풀밭 그리고 그에 걸맞게 칠해져 있는 물색까지.. 제주도에서 제일가는 해수욕장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에 다닐 때는 보통 서쪽과 남쪽을 자주가게 되다 보니 함덕은 정말 오래간만에 오게 되었는데.. 매번 차로 이동을 해서 그렇게 감흥이 없었는지는 몰라도 해수욕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서 지나가보니 왜 이곳을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알 거 같았습니다.
나의 한눈에 다양한 색상의 풍경들이 펼쳐짐과 동시에 사람들의 활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곳이라 더욱이 기분이 좋아졌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함덕해수욕장의 우측 편에는 반려견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작은 해변이 있는데 그곳에는 외국인이 오히려 더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내년 여름에는 이곳에 아는 지인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강한 임팩트를 저에게 주는 함덕이 되었네요.
- 함덕을 지나 물소가 바다에서 올라오는 모습을 했다고 하여 붙여진 "서우봉"을 넘게 됩니다. 높이는 오름정도이며 안의 산책로는 실제로 주민분들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 산책로에 걸쳐져 있습니다.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한다는 이곳.. 저는 코스모스는 보았지만 유채꽃은 보지를 못해서 내년에 도전을 해볼까 생각해 봅니다.
전체가 노란 이곳을 따라 걷는 것을 상상해 보니 벌써 기분이 좋네요.
5. 너븐숭이 4.3 기념관 (9.1km)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남아있는 이곳.
그 내용을 알고 이곳을 보게 된다면 2025년에 올레길을 걷는 1인 이기는 하지만 이 짧은 길의 공기가 굉장히 무겁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듯합니다. 18코스를 걸을 때와는 다르게 사전 준비 그리고 공부를 좀 하고 와서 주변의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특히나 아무 이유 없이 당했을 그 수많은 사람들과 아이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보고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앞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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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려도가 보이는 해안길을 따라 걷다가 산속? 에 있는 동복리로 향합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19코스의 마지막 편의점이라는 곳에서 당보충을 하고 갑니다.
그런데 정말 19코스가 끝날 때까지 편의점 그리고 화장실이 나오지 않으니 이곳에서 꼭 쉬어가는 여유를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6. 동복리 마을 운동장 (13.5km)
19코스 초반에는 가정집이 있는 올레길보다 도로와 인접한 길을 좀 더 많이 걷게 되었는데 거리상으로 너븐숭이기념관을 기점으로 제대로 된 올레길과 숲길을 걷게 됩니다. 이제야 제주 올레길을 걷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고 다만 혼자 걷다 보니.. 해가 많이 넘어가있는 상황이고 숲 속길을 걷다 보니 약간의 긴장은 덤으로 같이 가져가게 됩니다.
그 작고 좁은 길들을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동복리 마을 운동장" 실제로 오솔길을 걷다 갑자기 넓어지는 곳을 보면서 "우와~"라고 말하다가 전혀 관리가 되어있지 않은 축구장을 보며 이곳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래저래 검색을 해보았지만 특별하게 명확한 답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어느 시간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을 거라 추측을 해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반가웠던 오늘의 19코스의 중간지점 간세를 이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작 - 중간 - 마지막"이라는 기준이 꼭 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19코스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쉬어가기 위하여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에 자리를 잡았는데 지나가시던 어머님 올레꾼 3분을 만나 재미있는 시간도 보내고 맛있는 것도 주고 가셔서 이 맛에 올레길을 걷는다는 거를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 어머님들께서 먼저 출발하시고 재정비 후 다시 바지런히 걸어 봅니다.
당분간 숲길로 계속 걷게 되어서 좀 지루하기는 했지만 나무와 길에서 올라오는 향은 매번 걸을 때마다 힘을 내게 해줍니다.
작은 공터가 있던 벌러 진동산, 그리고 좁은 오솔길을 계속 걸으면 심심할까 봐 일정한 거리마다 세워져 있는 "박노해"시인님의 걷는 독서의 한 대목들이 줄을 지어있습니다.
7. 김녕 농로 (16.3km)
끝이 날 거 같지 않던 숲길을 빠져나오면 드디어 바다가 어렴풋이 보이는 농로를 만나게 됩니다.
김녕의 농로를 따라 걷게 되는데 주변에 당근밭이 무척 많았습니다. 제주의 전체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주의 동쪽 편에는 당근밭이 확실히 많은 거 같아요.
아직 덜 익은 귤밭도 보았는데 실제로 덜 익은 귤은 처음 봐서 처음에는 귤이 아닌가 싶었네요. 그리고 귤이 익었을 때 나는 냄새가 아닌 아직 덜 익어서 쓴? 향이 나는 것도 재미있기는 했습니다.
상품성이 있는 귤은 11월에서 12월 사이에 다 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12월에 올레길을 걸으면 귤 따기 체험을 해보려 합니다.
- 김녕 농로를 지나다 보니 해는 어느덧 바다 위에 걸리기 시작하고 늘어진 그림자를 기대를 했지만 구름이 많아서 볼 수 없음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해가 지기 약 1시간 전에 하늘이 보여준 그림은 옅은 구름과 가려진 구름 사이로 흩어져 나온 햇빛이 아름다운 그라디에이션의 색을 품은 구름을 보여 주어서 이 또한 하나의 추억으로 담고 왔습니다.
8. 김녕서포구(19.4km)
제주의 아픔과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느끼게 해 준 19코스의 마지막길을 걷습니다.
김녕농로를 벗어나면 김녕을 알리는 게 하나 있는데 이 날따라 왜 이리 반가웠는지 모르겠습니다. 맞지 않은 양말을 신는 바람에 발이 까지고 마지막 편의점을 지나 정말로 나오지 않던 편의점과 화장실 때문에 1분 1초 더 빨리 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는데.. 이걸 보고 나니 갑자기 맘이 편해졌습니다.
물론 화장실이 급한 거는 화장실에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김녕 포구를 향해 해안길을 걷다.
근래에는 수변공원이던 시민 체육공원이던 현대화작업을 많이 해놓은 곳이 많은 거 같습니다. 이곳도 그런 곳인 거 같은데 깔끔한 길과 길을 따라 세워져 있던 등불이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걸을 수 있게 해 주지만 맥락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만 무언가 개량사업으로 인해 옛것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모습들이 많이 없어지는 게 좀 아쉽기는 합니다.
- 해안길을 따라 15분 정도 걷다 보면 19코스의 종착지인 "김녕 서포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도착했을 때는 거의 밤이 되어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또 한 코스를 잘 걸어보자는 나와의 약속을 잘 지켜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세상은 결과론적이다라는 말을 믿는 사람으로서 매번 주어지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도 나쁜 선택도 그 끝을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듯이 즐거움과 아름다움 아픔과 슬픔을 한 번에 주었던 19코스는 또 다른 나의 추억이 되었고 다음 코스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큰 원동력이 되는 거 같습니다.
또 바쁘다는 핑계와 셀 수 없는 게으름으로 다음 글을 언제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20코스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