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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Nov 18. 2022

수천만 원 쓰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비용이 수천만 원?


돈을 써보니 그렇더라.

돈을 쓸 때는 한 푼, 두 푼이 엄청 커 보였는데 잘 쓰고 나면 그 돈이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 가족은 딱 일 년 전에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제주도에 지내는 동안 적지 않는 숙박비를 지불했지만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오늘도 귤 상자에 있는 돌하르방과 제주도 바다 사진을 보며 7살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일 년 전에 제주도에서 살았잖아. 이거 보니 생각 나~ 제주도 한 달 살기 정말 재미있었는데."

우리는 돈을 통해 좋은 경험을 얻었고 그 덕에 지불한 돈에 대해 집착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인점에서 딱히 필요하지도 않지만 싸다는 이유 하나로 산 물건은 가격도 정확하게 생각난다.

1,000원짜리 헤어 용품. 집 안 여기저기 굴어다니다가 결국에는 내 손으로 쓰레기통으로 던질 때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같은 집을 두 번 인테리어 하는 집,

우리 같은 케이스가 또 있을까? 그만큼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아이들 키우며 살기 좋은 우리 동네. 우리 가족에게도 행복한 기억을 가득 안겨준 우리 집.




페인트가 벗겨지고 곰팡이가 핀 화장실 문, 싱크대 문이 녹슬어 떨어진 흔적





단점이 있다면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참 많이도 낡았다. 외창은 알루미늄 새시에 내부창은 실리콘 패킹이 닳아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 커튼을 쳐도 외풍이 솔솔 불어오는 우리 집. 싱크대는 퉁퉁 불어서 문짝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싱크볼은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곰팡이가 빠르게 번식했고, 욕실 타일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신혼집 인테리어를 하긴 했지만 적은 예산 안에서 하느라 미처 하지 못했던 공사들이 10년 동안 살면서 나에게 불편함을 주었다. 대표적인 예로, 주방 베란다 문이 있다.






주방 베란다 문이 오래되어서 틀어져있었는데 열고 닫기 위해 매번 힘을 줘야 했다. 하지만 교체 비용이 70만 원이라는 말에 비싸서 하지 않았다. 돈을 써야 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했던 나. 그냥 돈의 액수에만 집착을 했던 것 같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문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고 틀어진 문을 열고 닫느라 쾅쾅거리는 소음과 스트레스를 10년간 느끼며 살아왔다.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인테리어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살고 나중에 부동산 거래 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으니 투자한다는 의미로 두 번째 인테리어를 결심한 거다.






인테리어 견적이 수천만 원 나왔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

이 돈으로 인해 우리 가족에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게 되었으니 나는 이 돈들을 기쁘게 보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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