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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Apr 17. 2022

화장실에 울려 퍼진
두 번의 노크 소리.

딸이 2명이나 있어서 좋겠다고요?




화창한 봄날을 즐기고 집으로 향하기 전.

늘 그렇듯이 남편은 혼자, 나는 두 공주들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화장실 가는 일이 이렇게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몰랐다.

기저귀를 하고 있을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는데 유치원생이 되면서 불편함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변기는 깨끗할지, 내부 공간은 얼마나 넓을지, 손 씻는 공간은 아이들 키에 맞을지, 유아용 변기는 따로 없는지? 등등... 그리고 화장실 다녀오기는 꼭 엄마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도 있다. 






딸이 2명이라서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화장실에 다녀 올 일이 있으면 나는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홀로 화장실 가는 남편이 진짜 부럽다) 그래도 요즘은 가족 화장실이라는 게 생겨서 공간도 넓고 내부에 손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다.






그날도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 갔다. 변기의 위생상태를 파악 후 변기커버를 씌우고 높이가 맞지 않아서 앉는 것도 도와주고, 뒤처리 하는 것도 보고, 다시 변기에서 내려주고, 바지 잘 올렸는지 확인! 이렇게 2세트를 반복한다. 그 뒤 마지막으로 나도 화장실을 이용한 뒤, 세면대 높이가 맞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뒤에서 잡아주거나 비누를 발라주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용하는 동안 노크 소리가 한 번 들렸다. 

" 똑. 똑. 똑. "






굉장히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크는 크게 3가지가 있다.




1. 실례합니다를 의미하는 아주 조심스러운 노크

2. 주의집중을 위한 또렷한 노크

3. 반협박성이 입혀진 거친 노크






우리가 화장실을 이용하는 동안 들은 노크는 1번과 2번 사이의 애매한 사운드였다.

'밖에 사용 중 버튼도 보일 테고, 이용 중인 우리 모습도 보일 텐데 왜 노크를 하지?'




 (나도 이 화장실을 기다리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반투명 유리창이라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두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고 있어서 사람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다. )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서둘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마무리를 빠르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또 노크소리가 들렸는데 이번 노크 소리가 어째 남달랐다.





"똑똑똑똑!!!" 






거친 노크 소리를 듣고 문 앞에 있던 아이들도 화들짝 놀라고, 나도 당황을 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어요!"라고 외쳤는데 밖에서 수군수군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부터였다.

심장이 빨리 뛰고,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내 실루엣이 보이고, 나는 밖이 보이지 않는 상황.

열림 버튼을 눌러 노크를 했던 그 사람을 쳐다봤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 저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요 ^ ^?

+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1. 안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두 번이나 노크를 한 사람의 생각은 무엇일까?

무엇을 바라기에 이런 행동을 했을까?





 - 누가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용해야 하니 용변 보던 일을 멈추고 빨리 나와라? 

(설마, 이건 아닌 것 같아 탈락!)

-  아니면, 정말 급똥이라도 마려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노크를 두 번씩이나 한 걸까...






2. 두 번의 노크 후에 안에 있던 사람과 마주쳤을 때, 얼굴은 어떻게 쳐다볼 생각이었을까?




- 어색한 웃음? 눈 인사? 아니면 모른척?





3. 노크소리에 대한 판단도 주관적이다. 





- 원래 그 사람은 이렇게 강하게 노크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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