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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여기 Apr 29. 2022

최고의 사랑을 경험했다.

애지욕기생


이기주 작가의 < 언어의 온도> 를 읽다가 이 문장을 만났다.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

사랑은, 그 사람을 살아가게끔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우리. 나의 애지, 욕기생은 누구일까?

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만들고 나를 살아하게 하는 사람,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족"이 떠오른다.








부모님은 나와 동생을 사랑으로 키우셨다.

무섭게 혼날 때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사랑받은 기억이 더 많다.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동생에게 항상 좋은 것만 챙겨주신 부모님




철없던 나는 그저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만 했다. 20대가 되어서야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알게 된 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감사함을 표현하지만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엄마 아빠한테 갚겠다는 생각하지 마라.

엄마 아빠는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한 일이다.

나중에 자식 낳아봐라.

내 새끼들(손주)한테 주면 되는 거다.

그게 내리 사랑지."





나는 내리사랑을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도 이해되지 않았다.그런데 자식을 낳아보니 그 말이 어떤 말인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프고 싶고

아이가 웃으면 나도 웃음이 나고

아이가 울면 나는 더 슬프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아이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주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심결에 하는 행동들을 보면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해주셨던 일이라 혼자서 피식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자기 전에 머리와 등 쓰다듬어 주기, 

아침에 쭉쭉이로 깨워주기, 

생선살 발라주기, 

사랑스러운 호칭 불러주기 등등...







마음껏 아이들과 남편을 사랑했더니,

결국엔 나도 사랑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운동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이들 하원 후 놀이터 투어를 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키우고 싶었다.

술을 마시고 과식도 하고 가공식품으로 아무렇게나 밥을 차려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오랜 시간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건강한 선택을 하게 된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내 아이들 덕분에 나도 돌보게 되었다.






나는 가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고 내 마음에도 사랑이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나의 애지 욕기생은, 

가족이다.





보물 같은 두 아이를 만날 수 있게 한 나의 남편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져 갔다.

남녀가 만나서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이 이렇게 큰 사랑에너지를 끌어당기는 일이라니.

나는 최고의 사랑을 경험하고 있다.





글을 쓰다가 잠시 시선을 돌려 한 공간에 있는 우리 가족들을 바라봤다.

지금 이순간이 정말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남편과 두 아이들 모두 데리고 포근한 침대에 들어가야겠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최애 놀이인 띵굴띵굴 놀이를 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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