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천거사의 地스토리] 조선 지배층 부활 No
대만전쟁 위기, 16~7세기 동북아 정세와 비슷... 인조와 서인 재림 최악의 시나리오
16세기 조일전쟁 후 동북아 삼국 지배층의 운명을 보면 조선 왕조만 살아 남았지만 조선 백성은 버려졌다. 죽어야 할 자는 살았고, 살아야 할 이들은 다시 노예가 됐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보자. 조일전쟁 전범 히데요시는 종전 직전 죽었고, 후계자 히데요리는 도쿠가와에 의해서 멸문지화를 당했다. 전범의 후계자가 부친의 죄값을 톡톡히 치룬 셈이다. 대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가 탄생해 안정을 되찾는다. 백여 년에 걸친 전국시대의 혼란을 마감하고 에도시대를 열었다. 에도막부는 新질서를 제시해 국정안정을 도모했고, 이 시기에 급성장한 상인 계급에 의해 조닌문화가 발달한다. 일본은 260여 년의 펑화시대를 구가한다. 얄궂은 역사의 운명은 가해자 일본에게 평화를 줬다는 게 비극이다.
반면 항왜원조의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어와 각종 악행을 저지르던 명 왕조는 폐족이 됐다.
가뜩이나 잦은 반란과 환관 독재로 쇠락의 길을 걷던 명은 전통적인 '조공-책봉'의 중화질서를 지키기 위해 속방 조선을 구하고자 무리하게 구원군을 보냈다. 결국 전쟁은 '쩐의 전쟁'이다. 곳간이 거덜나기 직전이던 명이 막대한 전비를 마련하고자 백성들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분노가 울분으로 바뀌었다. 반란이 불길처럼 번져 나갔다.
명이 귀찮은 속방 조선에 구원병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순히 조공-책봉 중화질서만이 아니었다. 명나라 말기 관리 왕재진이 <해방찬요>에서 밝힌 명이 임진왜란에 참전 이유를 들어 보자.
“조선은 동쪽 변방에 끼여 있어서 우리의 왼쪽 겨드랑이에 가깝다. 평양은 서쪽으로 압록강과 인접하고, 진주는 직접 등주와 내주를 맞대고 있다. 만일 일본이 조선을 빼앗아 차지해 랴오둥을 엿본다면 1년도 안 돼 베이징이 위험해질 것이다. 따라서 조선을 지켜야만 랴오둥을 보호할 수 있다.”
마오쩌둥이 지난 1950년 한국전에 '항미원조'로 참전했던 이유 그대로다. 마오도 겉으로는 속방 북조선 구하기 였지만 당시로서는 유일무이한 핵보유국인 세계 최강 미군과 국경에서 맞서기 싫었던 것이다. 특히 숙적 장제쓰가 남쪽에서 상륙하고 옆구리 한반도에서 협공을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결국 명은 귀찮은 속방 조선을 구했지만 무리한 원조로 재정난에 빠졌다. 결국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과 조일 전쟁 중 급성장한 청에 의해 멸망했다. 천하를 호령하던 한족이 평소 북방 오랑캐라고 멸시하던 여진의 지배를 받게 된 것이다.
이제 조선이다. 사실상 조일전쟁의 방조자인 조선은 가장 얄미운 비극이 시작된다. 조선의 이씨 왕조는 수백만 백성의 희생 대가로 그들이 그렇게 숭상하던 '종묘사직'을 지켰다. 아니 비겁한 군주 선조의 목숨을 구했고, 기득권 계급 사림이 기사회생했다.
전쟁이 끝나자 선조는 다시 권력자로 복귀했다. 사림은 동서도 모자라 남북으로 찢어졌다. 말 그대로 사방팔방의 모래알로 흩어져 본연의 임무인 당쟁에 몰두했다. 광해군 때 잠깐 틈틈이 전후복구에 눈을 돌렸지만 서인의 쿠데타로 판이 깨졌다. 서인 독재와 친명사대의 구질서로의 회귀가 더러운 시대정신이 됐다. 인조는 서인의 꼭두각시가 돼 두차례의 호란을 자초해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다.
조일전쟁에 이어 또 다시 수십만 명의 조선 백성이 청의 인질로 끌려갔다. 반면 남한산성에서 목숨을 구걸하던 인조는 백성과 소현세자 부부를 팔아 먹고 구사일생으로 한양에 복귀하자 귀인 조씨의 치마폭에 휩싸여 권력의 화신이 된다. 후일 자신의 장남 소현세자 일가를 희생양으로 삼아 권력을 유지한 비정한 아비였다.
결국 이씨왕조와 사림은 백성의 무덤을 깔고 생존하는 권력 괴물이 됐다. 조일전쟁 삼국 지배층 중 정작 천벌을 받아야 할 이씨 왕조의 생존은 조선 백성에게는 천벌이었다.
중국 공산군이 대만을 침공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의 야욕으로 동북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 대선 전후가 최대 고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진핑이 쩐의 논리에 의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만 참전까지 사실상 두개의 전선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대만 전쟁이 터지면 주한미군의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도 미군의 전력분산의 틈을 노려 대남도발을 획책할 수 있다. 400여 년 전 한반도 전쟁 상황과 비슷하다. 주적의 위치가 남에서 북으로 뒤바뀐 것뿐이다. 시진핑을 여진, 김정은을 히데요시로 보면 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21세기 인조와 서인의 재림이다. 급변하는 국제전쟁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여야의 작태에 국민의 생존이 우려된다. 현재 한국 정치권을 보면 하늘이 16~7세기 조선의 지배계급을 버리지 않았기에 백성이 죽어 나갔던 피의 역사가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