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개인을 세뇌한다.

by 삼육구십오

사회는 우리를 세뇌한다. 우리가 우리를 세뇌한다. 정확히는 우리는 어린아이를 세뇌한다.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천부인권이 아니라, 법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이 불쾌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쁜 행위가 아니라, 무리에서 배척받을 위험이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무리에서 배척받는 리스크를 배제하기 위한 교육이다. 그러나 우린 이런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단지 천부인권인 양 선과 악을 정확히 나눠진 양 법이 자연과학적 진리인 양 설명한다. 이건 교육보단 세뇌에 가깝다. 물론 이것이 나쁘고 틀린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명징하게 바라보기 위한 글이다.

천부인권, 도덕 등과 자연과학은 확실히 다른 분야이다. 그러나 자연과학은 학년이 거듭할수록 자세하고 명확한 사실을 알려준다. 어린아이의 이해 이상의 내용을 설명하기 힘들기에 사실을 약간 비틀어도 비슷한 걸로 이해시킨 뒤 점점 사실에 가깝게 일종의 AS를 해준다. 그러나 도덕은 그런 부분이 약하다. 처음에 알려준 것이 끝이다. 천부인권이, 도덕이, 법이, 정의가 사회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합의가 정답인 양 이야기한다. 왜 합의를 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 지점은 교육이 아니다. 이것은 교육보다 세뇌에 가깝다.

이런 세뇌는 비단 도덕의 관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언어의 속성에도 세뇌가 이루어져 있다. 가령 ‘아기 염소’라는 동요에 나오듯 빗방울이 뚝뚝뚝뚝 떨어지는 날은 찡그린 날로 암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비는 나쁘다.’라는 인식을 만든다. 물론 비가 오는 날은 광합성을 못해 세로토닌이 떨어지는 것도 맞다. 그러나 비가 와야 농사가 된다, 비가 와야 강이 생기고 산과 숲이 우거진다. 그러나 이런 건 쏙 빼고 비가 오는 날은 나쁜 날이란 인식을 만든다. 또한 ‘곰 세 마리’는 아빠곰은 뚱뚱하고 아기곰은 귀엽고 엄마곰은 날씬하다. 통계적으로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살찐 아저씨는 자식이 있고, 여성은 미모를 치장하기에 노력한다’와 같은 성적인 사회적 잣대에 관한 선입견을 만들 요소가 있다.

동요는 단지 세뇌 경로에 대한 한 가지 예시일 뿐이다. 우린 여러 경로를 통해 세뇌를 받고 세뇌하며 살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계속 사용하던 ‘세뇌’, ‘선입견’ 등의 표현에도 부정적인 감수성이 녹아있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 본다면 도덕은 교육보다 세뇌에 가깝고, 동요는 선입견 생성기다. 그렇다면 동요와 도덕 수업은 부정적인 것인가? 아니다. 우리가 이런 세뇌를 하는 건 악한 행위가 아니다. 단지 사회가 원하는 식으로 정상작동을 하기 위해 생긴 시스템의 일부라는 것이다. 동요를 통해 다시 설명을 한다면 비 오는 날은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에 장애가 있는 날이기에 해가 밝은 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것이고, 남성과 여성의 통계적으로 많은 사회적 역할을 주입하는 것이다. 효율과 최적화를 위해서. 개개인을 반사회적으로 성장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이다.

결론은 이런 세뇌의 결과가 개인에게 기본 OS를 설치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조작, 조련, 폭력, 억압 등은 왜 부정적인가? 그 단어 어디에도 나쁜 의미는 없다. 그 단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부정적인 상황에 자주 사용할 뿐이다. 그럼 반대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 양보, 성실, 용서, 열정은 어디에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가? 단지 우리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렇게 사용할 뿐이다.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가 조작, 조련, 폭력, 억압 등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싶고 양보, 성실, 용서, 열정 등의 단어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모두가 이런 사고의 OS를 탑재한 세상이 사회가 바라보는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린 어린아이에게 이런 OS 탑재를 묻지 않는다. 나중에 OS의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교육보단 세뇌에 가까운 행위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특징이 된다.

앞서 말했듯 이런 생태에 선악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사회는 장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이런 사회의 특징을 명징하게 바라보려는 나의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공감은 과연 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