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여동생, 나 셋이서 보라카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나는 스케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엄마와 동생 둘만 여행을 보냈던 적이 꽤 있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셋이서 해외여행을 가게 되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섬에 들어가는 과정이 꽤 고단했지만 생전 처음 보는 그 깨끗했던 바다가 모든 과정을 다 잊게 만들었다.
호텔에서 나와서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 다니는 촉감이 좋았다. 그리고 맛있는 과일이 모형처럼 가판대에 가득 쌓여 있고, 잔뜩 먹을 수 있다니! 너무 더운 건 싫지만 춥지 않은 계절이 계속되는 이 섬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내 소원은 기온이 연중 20도인 나라에서 사는 것이었다. 겨울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여름은 원피스 하나 대충 둘러써서 입고 다니고, 더우면 그냥 여러 번 씻고, 하루에도 몇 번씩 집과 밖을 왔다 갔다 하며 움직이는 그 활동적인 느낌이 좋다. 해도 늦게 진다. 열대과일이 잔뜩 있던 그 섬에서는 옷차림을 신경 쓰지 않고 짧은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녔다. 가볍게 나다니던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추위가 없는 그 곳에서는 마음도 더 너그러워질 것만 같다. 하루에 몇 개씩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 것만 같고, 답답한 신발을 벗고 맨발로 좀 있어도 될 것 같다. 일 년 내내 겨울 없이 살아보는 경험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