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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ul 29. 2022

낮술

... 은 여유며 사치고 행복이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조만간 밥 한 끼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밥 대신 술을 한잔하자고 했다. 그것도 반드시 낮술로. 밤술은, 취기와 하루의 피로감이 겹쳐, 쉽게 지치게 하고, 한정된 시간이 되면 (밤이 깊어지면)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다.


하지만 낮술은 밤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즐길 시간이 길다. 낮에 마시는 술은 자리가 끝나도, 해가 아직 떠 있어 좋다. 또 곧 해가 지면 그 핑계로 술을 연이어 마실 수 있으니, 낮술은 여유며 사치고 행복이다. 그날. 회 국수 한 그릇씩 주문하고 소주 한 병을 먼저 땄다.


신앙과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이유와 추구하는 즐거움과... 그렇게 말을 나누다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스크래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은 아꼈다. 그것은 공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불편했다. 낮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남들의 시선 아니라, 드러난 우리들의 아니, 나의 곪은 흠집의 상흔 때문이다. 쓰라렸다. 급하게 취할 이유가 없는 자리에서, 몇 병의 소주가 독한 소금이 되어 상처에 부어졌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밤술은 없었다.


문(門)이 있다.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그 문이 또 닫혔다. 간혹 술의 힘을 빌려 두들겨 본다. 또 열리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나는 그 앞에서 처연하다.


7월 말이다. 송다라는 태풍이 몸집을 키우며 먼 남쪽에서 북상 중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내 마음속 밤바람은 참 거칠다. 며칠 동안 토굴 같은 방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앓았다. 어젯밤 홀로 나선 외출 후, 그 모진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절벽 같은 문 때문인지, 무디지 못함 때문인지. 몰라도 또!...


평상시 같으면 몇 번이고 깨, 금방 다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었을 텐데, 어젯밤은 기절한 듯이 잠들었다. 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이불로 얼굴이 짓눌렸다. 아무리 도리질 치고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깨어 일어나지만 않았을 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 순간에는 이러다가 질식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 우울, 과도한 스트레스... 차단된 문. 가위에 눌려 수면의 연속성이 방해받은 탓에, 새벽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상처는 기억하는 사람의 몫일 런지 모른다.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나는, 간절히 무딤을 소망해 본다. 그러나 오늘 새벽 어떤 이가 보내온 문자에, 무딤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하루 종일 긴 한 숨만 내 쉬고 겨우겨우 버틸 것만 같다.


                “요즘 내가 너무 슬픈 것은... 꽃이 피어도 이제는 가슴이 뛰지 않는다는 거야. ㅠㅠㅠ"


                                           양양 하조대 바다였나?... 기억이 가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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