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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ul 16. 2022

오늘은 초복이다

보신탕, 민어 그리고 막걸리와 ...

어떤 사람이 자식 내외가 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노스탤지어(향수병)는 그럭저럭 견딜만했지만, 여름만 되면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 무척 힘들어하던 어느 날.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미국이니 분명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을 거고 그래서 어딘가에선 팔 거라는 확신에, 근처 마켓으로 사냥을 나섰다. 이 구석 저 구석 뒤지던 중, 개(犬) 얼굴이 그려져 있는 통조림을 발견하고 속으로 외쳤다.


앗 -싸 - 심 - 봤 -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와 냄비에 아까 산 통조림을 세 캔이나 까 넣고, 들깻가루, 산초가루 등은 없지만, 있는 마늘을 듬뿍 넣고 팔팔 끓였다. 그리곤 한국에서 건너온 아끼던 양주(우리가 애용하는 소주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양주다)로 비록 혼식이지만, 거나하게 한 끼를 해결했다. 확실히 부드럽고 얼마나 실하던지 고기는 역시... 너무 행복했단다. 저녁에 귀가한 며느리의 비명 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아버님! 이건 개 사료예요!


감기 몸살 피로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시내 병원을 마다하고, 천북에 있는 한양병원에 간다는 사람이 있다. - 나중에 알았지만 그런 사람이 내 주위에 여럿 있었다-  경주로 이사 와, 이런저런 이유로 천북에 몇 번 가봤지만 그런 병원을 보지 못했는데? 그런데 그곳에서는 링거 같은 것을 맞는 게 아니고 특정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설마 한양식당을 말하는가


그가 말하는 한양병원이 보신탕으로 유명한 한양식당임을 확인하고 -특정 식당을 PPL 광고하는 거 아님- 한참 키득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곳은 평소 탕을 즐기셨던 생전 부친께서 가끔 가셨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늘 가실 때마다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귀에 아련하다. “그 양반 경주에 오면 이곳에 꼭 들렸다는구나.” (물론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양반은 박정희를 말한다.


또 하나의 보신식.  ‘이 물고기 껍질로 밥 싸 먹다가, 갖고 있던 논밭 다 팔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맛있다는 말이다. 이 회는 비리지 않고 쫄깃하며 담백하다. 단백질과 비타민, 칼슘, 인, 철분이 풍부하고 핵산이 많아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는데 특히 노약자에게 좋다고 한다. 초무침으로 찜탕으로 요리해도 훌륭하다. 산란기는 7~9월이다. 하지만 지금 이때가 절정이다.


초복 무렵에 가장 많이 잡힌다.


이 고기의 이름은 민어다. 민어는 일단 커야 한다, 클수록 맛이 좋다. 작은 것은 같은 민어라도 새끼 민어라 불리지 않고 깜부기, 통치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3kg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민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6~8kg 내외 것이 좋다. 가격은 1인분(250g)이 5만 원? 선이다. 아니 더 비쌀 수도 있다. 여하튼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시중에 이런 말이 나돈다.


민어는 1품... 개장국은 3품.


개장국을 일부러 찾아가서 먹을 정도로 즐기지 않고, 한 끼 식사로 몇만 원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보신식은 보신탕도 아니고 민어도 아닌 <면과 막걸리>다. 면도 가급적이면 열무국수 같은 것이 좋다. 찬 열무김치의 아삭함과 탱탱한 면발의 조화는 거의 환상적이다. 거기에 막걸리는 한 사발은. 막걸리의 생명은 온도다. 이 온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꽝이다. 막걸리의 적절 온도는?


막걸리는 6도일 때 가장 맛있다.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전분질 원료론 멥쌀·밀가루·옥수수·찹쌀과 보리쌀 등 다양하지만 주로 멥쌀을 사용한다. 막걸리는 탁주(濁酒)·농주(農酒)·재주(滓酒)·회주(灰酒)라고도 불린다. 알코올 도수는 6∼8% 정도다. 막걸리 마시면서 일일이 온도계로 재 볼 수도 없고, 한 가지 팁은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막걸리가 그 온도를 유지한다.


연예인 중 주당으로 유명한 강석이 방송 중에 준 팁이다.


술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자. 다음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에어컨을 켜고, 배를 깔고 엎드려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를 유튜브 등에서 다운로드하여 듣는다. 그리고는 읽었던 책을 또 읽는 거다. 반드시 한번 이상은 읽은 책. 새로운 상상(reimagine)과 잊힌 상상의 조화는 열무국수와 막걸리의 조화처럼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기 때문이다. 또  이야기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결국 술로 마무리하고 만다.ㅠ


그리고 술 탓인지... 날씨 탓인지... 잠드는 거다.

생신지 꿈인지 하면서.

오늘은 토요일이다. 초복 날... 낮술과 낮잠은 필수다. 그 이상은 없다!

지지난 겨울, 청도 얼음골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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