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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영철 Francis Jul 10. 2022

날이 더울 땐 '아재 개그'

분위기를 '쏴~'하게 만드는 몇 개의 이야기

어떤 모임의 월례회를 끝내고 우리는 자리를 옮긴  중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TV에서 머리털이 검소한(?) 그러나 '니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유행어로도 유명한 김 모라는 영화배우가 예능 프로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내가, 장난기가 발동해 같이 있던 일행인 아재들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머리를 감을 때, 맨 먼저 어딜 감을까? 이 시답지 않은 질문에 답들이 다양했다. 옆머리, 뒷머리, 앞머리... 하지만 다 틀렸다. 정답은 <>이다. 머리를 감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눈을 감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헐~


그 순간 각자 앞에 있는 물컵의 물이 쨍하고 얼름으로 변했다. 그래도 일부 아재들이 재미있다고 웃는다. 역시 아재는 아재다. 몇 개 더 해보란다. 나는 하라면 하는 사람이라 망설임 없이 ‘신부(사제)와 조폭의 공통점...’ 하니 누군가 픽하고 김새는 소리를 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바람 빠지는 소리다.


내가 말을 이었다. ‘그건 다들 알고 있을 거고. 그럼 조폭과 아줌마의 공통점 3가지는?’하고 물으니 답이 없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답해주었다. [로 몰려다니기 좋아한다. 위 선배형님이라고 부른다. 문신하는 걸 즐긴다] 문신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에게 말해줬다. 아줌마들의 눈썹 문신에 대해서.


그리고도 다들  단무지만 있고, 땅콩이 없어서인지 계속 심심한 눈초리였다. 말 나온 김에 내가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한 성질 더러운 인간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한 외국인이 다가와 물었다. 물론 영어로. “Where is the station?”


당황한 양아치가 말을 못 알아듣고 욕을 해댔다. “뭐라카노? 이 18놈이...” 그리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그 외국인이 그를 계속 따라가는 거였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골목 사이사이로 도망치듯 가도. 왜 그랬을까? 그 질문에 욕과 친하지 않은, 순진한 아재들은 꿀을 먹었는지 아무도 말이 없었다. 답은? 그 성질 아니 입이 더러운 인간이 외국인에게 ‘이 18놈이’라고 말했지만, 외국인은 ‘I see, follow me’라고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올봄 경북 위쪽으로 출사를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본 목격담 하나를 마저 풀었다. 한 전통 가옥 대문에 붙어 있는 <立春大吉 / 建陽多慶>. 마침 관광객으로 보이는 대여섯 외국인의 여자 가이드가, 한국에서 봄이면 쓰는 좋은 글귀라고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사랑채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한 외국인이 그 가이드에 물었다.


이 글은 무슨 뜻이냐고? 거기에는 이런 작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多不有時> 어려운 한자도 아닌데 그 가이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 무슨 뜻일까? 뜻은... <W.C>다. 즉 화장실. 외국인을 위한 한자에 나름 조예가 깊은 그 집주인의 배려다.


그래도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고 있자 아재들의 눈망울이 말똥말똥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인 이들에게 이번에는 신앙적인(?) 차원에서 단답형 문제를 냈다. ①하느님이 제일 싫어하는 비는? ②자그마치 인류의 1/4을 죽인 인물은? ③우리가 천국에 가기 위해서 선행해야 될 일은? ④모세와 히브리인들이 홍해를 건너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⑤공룡이 멸망한 이유는? ⑥돌아온 탕자의 이야기에서 막내아들이 돌아왔을 때, 가장 싫어 한 건 누구였을까?


아재들의 답은 이랬다. 산성비/히틀러/착한 일/광야로 도주/우주에서 날아온 유성 때문에 빙하기가 되어서/ 탕자의 큰 형/... 쩝... 다 틀렸다. 답은 ①유일신에 대치되는 사이비 ②카인. 태초에 아담과 하와, 카인과 아벨만 있는 가족 중에 카인인 아벨을 죽였으니... ③먼저 죽어야 한다. 그래야 천국이든 지옥이든 간다. ④바닷물에 젖은 옷을 말렸다. 덩치가 커서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했기 때문 ⑥잔치를 위해 도축될 운명의 살찐 송아지. -웃자고 낸 문제들이니  죽자고 따지지 말기 바람. 비그리스도인들은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내 주위 아재들은 이렇게 놂-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에 탄력을 받았다. 일단 내가 운을 뗐다. 이제 순발력 문제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 이름을 말하면 된다. 첫째, 이 사람의 아들은 다른 집 아들과는 탄생이 좀, 아니 많이 달랐다. 독특했다. 둘째, 이 아들은 손과 발목에 못 자국이 있다. 셋째, 결정적인 힌트. 이 사람의 직업은 목수다.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일까?


너무 쉬워서일까? 다들 손을 든다. 가장 빠른 사람에게 기회를 줬다. 그가 말했다.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이라고. 나는 땡. 그러자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요한인가? (에고... 급기야 요셉과 요한을 헷갈려한다) 또 땡!


순발력 운운한, 내가 던진 미끼에 현혹된 그들이, 생각 없이 답이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막 던진다. 하지만 모두 땡땡땡! 그러다 서로 마주 보며 궁금해한다...ㅋㅋㅋ 내가 그리 쉬운 문제를 냈겠는가? 답은... 제· 페· 토.


모여 있는 이들 중에서 이 답은 알아들은 사람들은 무릎을 치고 웃는 반면, 몇몇은 제페토가 누군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듯했다. 안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라고. 예수님의 아버지였던 목수 요셉일 생각의 함정을 만들어 놓고, 아재들의  옆구리 쿡쿡 찌른 문제...?


음식이 나왔다. 마지막 문제를 내고 이제 식사를 해야 한다. 나무젓가락을 쪼개며 내가 물었다. 울면 안 되는 날은? 역시 다양한 답이 쏟아졌다. 남의 잔치 날, 사촌이 땅 산 날, 애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날...(엥?) 아무도 정답을 말하지 못하기에 면을 비비다 말고 젓가락으로 힌트를 줬다.


이 집 콕콕콕... 그래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은 난센스인데... 답을 말해 줬다. 중국집이 쉬는 날. 그날은 울면 뿐만 아니라 자장면, 짬뽕도 안 되는 날이다,라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보니 목탁을 두들기며 점포들을 돌고 있는 시주승과 우연히 조우했다. 내 종교가 귀한 만큼 남의 종교도 귀한 법... 그 비구승과 눈이 마주친 내가, 가볍게 묵례하고 돌아 서면서 아재들에게 마지막 문제를 냈다. 저 승려를 3글자로 말하면? 배부른 돼지 아니 우리 아재들은 또 오답을 남발했다.


나는 조용히 그들에게 말했다. 정답은 <영업... >라고. 물론 이 말의 뜻을 몰라서 어리둥절하는 아재들도 있었지만. 하여튼 요즘처럼 날이 더울 땐 이런 썰렁한 '아재 개그'만 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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