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esent is a present!

오늘은 선물이다

by 장영철 Francis

코로나19로 흉흉했던 -지금도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지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콕 하며 지냈던 재작년, 그래도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관광지는 어디였을까? 용인 에버랜드? 제주도? 아님... 경주?... 땡~이다. 문화관광부 등에 따르면 놀랍게도 경주에서 가까운 -1시간도 채 안 걸림- 320여만 명이나 찾았다는 강구항이 정답이다. 그러나 강구항은 작년부터 올해 중순까지 10여 번 가까이 가봤던 곳이라, 내게는 그리 놀랄만한 뉴스거리는 아니다.


꼭 출사가 아니더라도 기분이 꿀꿀한 주말이면 새벽부터 집을 나서 칠포 바닷길로 들어선다. 칠포-월포-화진...강구-영덕-후포-울진... 우측으로 동해 바다 물결이 넘실거리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돌이켜 보니 경주로 이사 와, 이 코스로 다닌 지가 족히 40여 회는 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남들에게 소개할 만한 강구항의 생선구이 집 등, 즐겨 가는 몇몇 맛 집도 알고 있다. 그 별미 가운데 하나가 후포항으로 들어가는 구 길에서 만나는 구멍가게만 한 오징어 구이 집이다. 내비게이션에 후포항을 치면 자동차 전용도로인 신 길로 안내하기 때문에 네비를 켜면 안 된다. 강구항에서 무조건 우측에 바다를 끼고 후포항으로 향해야 -서울 쪽에서는 좌측으로- 그 집을 만날 수 있다. 그 첫 번째 가게를 지나고 나서도 몇 개 더 오징어 구이 집이 있긴 하지만, 그 가게들 오징어는 먹어 보지 않아 추천할 자신이 없다.


‘오징어 10마리에 만원’이라는 문구가 적힌 그 첫 번째 가게의 광고 문구를 보면서 처음에는‘미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몇 개월 전 강구항에서 버터오징어 구이 한 마리를 7천 원에 사 먹어 본 적이 있었기에 -바가지 제대로 씀- 10마리에 만원을 호객용 문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왜, 7번 국도에서도 흔히 그런 호객 미끼 현수막이 있지 않는가.‘밭에서 방금 따온 참외 만원에 20개’. 차를 세우고 싼 맛에 사려고 하면 ‘그건 다 팔렸고 대신 만원에 5개짜리는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집은 제대로 반 건조 오징어 10마리가 만원이었다. 물론 크기는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작았지만 널따란 전기인두(?)로 금방 구운 오징어 맛은 일품이다. 게다가 서비스로 주는 겨자 맛, 마요네즈와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운전 때문에 맥주 한 모금할 수는 없지만 맥주 안주론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강추다.


운전을 하면서 오징어 한 마리를 다 씹고 나면 -크기가 작아서 그냥 쥐포 2마리 정도 양- 후포항으로 들어선다. -겨울 이른 아침에 항구에서 홍 게 경매 장면도 볼만 하지만- 사시사철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물 곰치국이나 홍 게 짬뽕으로 애매한 한 끼를 해결하고 가 볼만한 곳이 바로 옆 산인 등기산 정상에 위치한 넓은 공원과 ‘스카이 워크’다. 먼저 등기산 공원과 이어져 있는 30미터 높이에 바다로 100미터 정도 뻗어 있는 스카이 워크는 바닥이 강화유리로 되어 있는 말 그대로 ‘하늘 걷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절대 유리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만, 믿음과 현실을 다르기에 단 것이 아니라, 고소한 것에 공포를 느낀다면, 발아래를 절대 내려다보지 말고 오직 앞만 보고 걷기를 권한다.


스카이 워크를 다녀온 후, 공원의 흔들의자에 잠시 몸을 맡기고 결정을 해야 한다. 사진 몇 장을 건지 기 위해 울진으로 더 올라갈 것인지 -그러면 1박이 필수다- 경주로 돌아갈 것인지. 하지만 몇 해 전 개인적으로 ‘울진 트라우마’ 사건이 있었기에 울진으로 가기가 망설여지곤 해, 그냥 경주로 발길을 돌린 곤 한다. (경찰 수배령? 과 관련된 울진 트라우마에 관한 에피소드는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겠다)


경주로 내려오는 길은 구포항 갈 때와는 반대로 왼쪽에 동해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와야 제대로 바다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도 절대 네비를 켜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면 안 된다. 그렇게 오다 보면 영덕 인근‘해맞이 공원’에 다다른다. 그곳에선 탁 트인 바다가 저 멀리 펼쳐 보인다. 물론 후포로 올라가던 길에 무심코 아니 일부러 잠시 머물지 않고 지나갔던 길이다. 내려오는 길에 보려고 남겨둔 명소다.


차를 세우고 바닷가로 10여분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바다를 아니 파도를 만질 수 있다. 날이 좋은 날에는 종아리까지 바닷물에 담글 수 있다. 언젠가 어느 젊은 외국 여인들이 평상복 차림으로 물속에서 노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유혹적인 곳이다. 그곳 지명이 해맞이 공원이지만 ‘물맞이 공원’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게 내 사견이다.


차 있는 곳으로 다시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내려갈 때 시간의 배가 된다. 그만큼 가파르다. 올라 와 긴 호흡을 하고 나면 간의 식탁들을 세팅해 놓고 이런저런 먹거리를 파는 자그마한 이동식 점빵이 눈에 띈다. 어묵 한 꼬치에 7백 원. 그냥 무심코 물어본 -절대 마실 생각에 물어 본 거 아님- 막걸리 한 병에 4천원. 결코 싼 가격이 아니지만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장소의 자리 값이라고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다. 저 먼 수평선 너머를 그 무엇을 상상하면서 어묵 몇 꼬치로 심심한 배를 채운 귀가 길은 늘 허전하고 아쉽다.


삶이란 항상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에스키모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어제는 타다 남은 재고, 내일은 나무다. 오직 오늘 만이 밝게 타오르는 불이다] 그래, 지난 일을 아무 의미가 없다. 과거는 역사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현재는 선물이다. (The present is a present) 내게 있어 동해안 해안도로 여행은 ‘불같은 선물’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즐길 일이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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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발러 구운 오징어 먹음직 스럽지 않은가? -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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